2025년 6월 11일 수요일

징후

 

비가 올 것 같은데, 네가 말한다. 나는 우산을 챙긴다. 화창한 날이다. 비를 기다리는 중이다. 시간이 흐른다. 

2025년 6월 7일 토요일

산불

산에서 불이 났다. 불을 끄기 위해 사람들이 산으로 간다. 구조를 기다리는 사람보다 구조를 하려는 사람이 더 많다. 나는 구조를 기다리고 있다. 불을 좋아하는 곤충들이 불 속으로 뛰어드는 걸 보면서. 나도 불이 싫지는 않다. 헬기가 물을 퍼와서 물을 붓고, 다시 물을 퍼와서 물을 붓고, 물을 퍼와서 물을 붓고, 불은 고요하다. 불은 아무런 동요도 없다. 나는 구조를 기다리고 있다. 구조를 하려는 사람이 이렇게 많은데. 아무도 나를 보지 못한 듯하다. 연기 때문에 말을 할 수가 없다. 여기 있어요. 여기 사람이 있어요. 여기요. 마음 속으로 외친다. 불을 좋아하는 곤충들이 날아와 왜 거기 있냐고 묻는다. 나도 이렇게 될 줄은 몰랐어. 하지만 불이 싫지는 않다. 불이 깨끗하게 나무를 지우고 깨끗하게 나방을 지우고 깨끗하게 풀을 지운다. 깨끗하다. 나도 깨끗하게 지워질 것이다. 불이 번져서 다른 산으로까지 번진다. 나는 아이를 깨끗하게 지운다. 나는 이런 날씨를 너에게 주고 싶지 않다. 헬기가 물을 퍼오다가 말고 생각에 잠긴다.

2025년 6월 6일 금요일

현충

뭐 했는지도 모르게 한 달이 지났다. 나는 이제 교정공이 아니다. 의료 대란에 의한 경영 악화로 3대 사장님과 작별. 나 좀 잘라줬으면 좋겠다 좋겠다 했는데 올 것이 온 것이다. 그 회사에 남은 실무자는 둘뿐. 건투를 빌며 나왔다. 월요일에는 실업급여를 타먹기 위해 고용노동청에 다녀왔다. 예비군 훈련도 이따위로는 안 하겠다고 생각하며 집체교육인지 뭔지를 받았다. 내가 이제껏 얼마나 괜찮은 시스템 위에서 얼마나 잘 훈련된 이들로부터 얼마나 상냥한 가르침을 받았는지 지난날의 교육과정을 새삼 돌아볼 정도. 연단에 올라 그저 뭔가를 해야 하니 하고 있는 그 직원-강사에 대해서도 노동자로서 너무나 이해가 된다는 것으로, 아침부터 하해와 같은 모욕감과 동지애와 혐오감이 뒤섞여 만사 우스운 기분이 되었다. 전에 어머니가 무슨 인터넷 강의를 의무적으로 들어야 한다고 좀 틀어달라 했던 적이 있었다. 그 강의라는 것도 듣는 방법과 내용 양면에서 형편없는 쓰레기였다. 무슨 교수 녀석이 나와 가지고는... 대체 그따위로 누구에게 뭘 가르친다는 건가? 마땅히 쉬워야 할 것이 어렵게 되어 있는 것은 마땅히 어려워야 할 일이 쉽게 되고 있기 때문이다. 책임이 약한 곳에서부터 이해는 모르는 줄도 모르게 무너진다. 책임이란 배려에서부터 나오는 것으로, 배려는 마음보다도 그것의 흔적을, 내가 그쪽으로 가는 역지사지를 가능케 하는 선대의 경사로를 말하는 것이다. 이해는 강물처럼만 될 것이 아니고 파도처럼 시냇물처럼 빗줄기처럼 눈처럼도 되어야 하는데, 이해가 무너진 데 고이는 것은 무지가 아니라 만사의 우스움이고... 꼴답잖은 생각을 하면서 돌아와서는 한참 잤다. 당분간인지 앞으로인지 어쨌건 당장은 교정공이 아닌 나의 교정정신도 금방 희미해졌다. 앞날에 암운뿐인데 별 아무 말을 만들고 싶지가 않다. ‘될 대로 돼라’ 상태에 자꾸만 이르러 헛소리를 쓰다 지우고 쓰다 지우고... 그리고 다음 날은 대선. 지지 후보의 득표율은 1%를 넘기지 못했다. 기도 안 차는 개소리들과 기가 차는 개소리들의 대격돌을 다시 봐야 하는 것에 가슴 답답. 어떻게 살 것인가? 무엇을 할 것인가? 다시 이론과 실천이... 오늘날의 의식화와 조직화가 필요하다... 다시 오늘날의 지혜와는 무관한, 크나큰 염불 속에서 자고 또 잤다.

2025년 6월 1일 일요일

25년 5월의 모금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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