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3월 30일 월요일

M의 음악 감상문

(저는 이 글을 일기로 분류합니다.)

조금 전 <시네마 천국>을 예매하고 나갔던 관객이 다시 돌아와, M에게 아이스 카페라테를 건네며 친절한 응대에 감사하다고 말한다. M은 일할 때 액체류를 받으면 위험이 있어 폐기한다. 하지만 M은 생각한다. 이 관객은 <시네마 천국>을 좋아해서 몇 주 전에 들러 언제 상영하냐고 물어도 보고, 오늘은 친구랑 같이 보러도 오고, 며칠 후 부모님 모시고 또 올 거라는 사람이니까, 괜찮을 것이다. M은 그 아이스 카페라테를 마신다. (‘괜찮을 거니까.’)

응대를 잘하는 M. 영화관 매표소 직원으로서 친절한 M이다. M은 자신이 친절한 이유를 생각하기 두려워한다. 두려워진 M. 아이스 카페라테의 영향으로 여자 화장실로 향한다.

쓰레기통. 생리혈로 추정되는 피가 묻은 휴지와 소변으로 추정되는 것이 묻어 젖은 휴지와 대변이 묻은 것으로 추정되는 것으로 접힌 휴지를 본다. M은 변기를 사용하고 나면 휴지를 많이 뽑아 두텁게 만든 다음 자신의 살이 닿았던 자리를 닦고, 휴지통 근처 떨어진 휴지들을 휴지로 집어 쓰레기통에 눌러 놓는다. 휴지들. M. 이곳의 직원이라서 그러는 것이 아닌, 어디서나. 여자 화장실이라면.

M은 여자 화장실에서, 더러운 휴지들을, 보고, 만지며, 결심하곤 한다. 오늘의 결심. ‘앞으로 나를 영화감독이었다느니, 영화감독이라느니 하는 말을 이야기를 특히 과거에 영화를 만들었다는 사실을 굳이는 먼저는 말하지 않아야겠어.’ M은 이제 그게 너무 옛일이라고 생각하며, 터무니없을 정도로 너무나도 옛날 일이 현재 M의 내면 깊은 곳을 괴롭히고 있는 상황을 자신에게도 타인에게도 없는 일로 칠 수 있다면, 없는 일로 칠 의향이 들었기 때문이다. M은 자신을 소개하는 말에 대해 생각한다.

저는 서울시 관악구 봉천동의 오르막 맨 위에 있는 반지하 집으로 가는 길을 오르고 있습니다 이전에 애인이었던 친구와 이층 침대로 나눠 쓰는 작은방에는 제가 만든 식물 선반 위로 식물이 가득하지요 저는 그 선반에 직접 쥐색 페인트칠을 했고 식물을 들인 이후로 집 안을 날아다니게 된 벌레들 때문에 옆의 큰방에 사는 전 애인의 동생이 나를 미워하고 있습니다 나는 나에 대해서 말하고 싶은데요 오르막 너무 힘듭니다 저는 영화를 만들었지요 지금은 돈을 벌어 빚을 갚고 있습니다. ‘도착하자마자 가위로 다 자를 것이다.’ M은 왼손에 식물과 흙을 담을 쓰레기봉투를 쥐고 있다. 그리고 M, 음악을 듣고 있다. SWEET TRIP의 SEPT다. M은 달리는 말의 닳고 있는 발굽을 아주 가까이에서 본다.

이제는 서울시 강서구 화곡동의 2층 계단에 붙은 집으로 가는 평지를 걸어 귀가하고 있어요 전세사기를 당하여 계약 기간 종료 이후인데도 살고 있지요 돌려받지 못한 보증금 때문에 썩고 앓는 부분이 여기.. 저기.. 그리고 일, 그만둘래, 나는, 끝을 냈어, 나는, 방금, 끝을, 냈어... 저는 영화를 만들었지요 지금은 돈을 벌어 빚을 갚고 있습니다 언젠가는 또 영화를 만들 거랍니다. 화곡동의 집으로 가며 퇴사를 결심한 순간, M, 음악을 듣고 있다. SWEET TRIP의 SEPT다. M은 천 미터 앞의 나무를 끌어당기고 싶다. M은 옆의 아파트를 한 줌에 우그러뜨리고 싶다. ‘용을 만나고 싶다. 용을 타고 밤하늘에서 훨훨 날고 싶다.’

서울시 중구 신당동의 높은 계단, 달, 아, 앞으로는 다 잘될 것이다 왜냐하면 이제는 잘되지 않아도 괜찮기 때문이다 영화를 만들지 않아도 괜찮기 때문이며 뭐라도 잘되지가 도저히 않는다고 해도 괜찮으니 그러니까는 다 괜찮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고 서울시 중구 신당동 이제 다 괜찮다고 쓰겠다.

M은 지난 몇 년 간 영화 극장에 앉아 괜찮다는 대사를 듣는 족족 울어댔다. 제일 필요한 말이었다. 괜찮다는 말이 말이다. 봉천동에서도 화곡동에서도 신당동에서도. 그리고 This time maybe it's true. 바로 그때 용이 M의 가슴을 통과한다. M은 눈을 찌푸리게 했던 모든 빛을 응시한다. ‘신이 있을 것만 같다. 그 신에게는 손이 있겠다. 택시 기사, 고서점 사장, 영화 속 친구들, 그들이. 그들이 내게 말했어. 민경, 괜찮다고. 신의 손이 미세하게라도 움직인다면 그런 소리가 날 것이다. 신의 손이 아주, 아주 미세하게, 나에게, 나에게, 닿는다.’

SWEET TRIP의 SEPT에는 가사가 “This time maybe it's true”밖에 없다.








M

동영상을 만들기 전에 글을 글로써 완성하는 M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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