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1월 9일 월요일

시녤펜

게친은 스피커에게 읽어주었다. 동화책을 읽듯이.

강령0  가능한 모두를 구한다.

강령1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동시에” 구한다.

강령2  현실세계에서 사후세계를 가꾸어 놓는다.

강령3  더 이상 세계가 나아지지 않을 때까지 세계를 낫게 만든다.

강령4  신을 찾아낸다.

강령5  오래 살아 되도록 많은 일을 한다.

“모를 소리뿐이에요.” 스피커는 몇 번이나 다시 읽었지만, 저 문장들이 의미하는 바를 전혀 이해할 수 없었고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전부 말 그대로의 의미야.” 게친이 말했다. “지금은 모르겠지. 내가 그랬듯. 하지만 알고 있으면, 하고자 하면 자라나듯이 알게 될 거야. 알아내는 것은 도무지 제각각의 몫이라, 내가 네게 말할 수 있는 것이란, 여기 쓰인 모든 것이 얼토당토않은 별세계 얘기가 아니란 것. 우리들의 활동으로 증명되고 있어. 아주 느리고 미약하지만, 우리는 꾸준히 가까워지고 있어.” 그리고 게친은 강령이 쓰인 종이를 스피커의 손에 쥐여주었다. “이건 주는 거야. 좋은 종이란다. 치명적인 손상은 입지 않도록 만들어졌어. 시녤펜이라는 주술사가 했단다. 이와 같이, 우리는 함께하는 한편 모든 것을 제각기 해내. 제각기 해낸 걸 세계가 수렴케 해서, 점점 더 모두의 시야에 들어오게끔 하는 거야. 이제 네가 가진 주술이 뭔지 보고 싶구나. 그것에 대해 이야기를 좀 나눈 다음 네가 마을에 들어갈 방법을 찾아보자.” 

스피커는 끄덕였다.

헤매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