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0월 13일 일요일

안개

창밖이 흐렸다. 농담처럼 안개가 끼어 있었다. 그 점으로 누구도 입 열어 화제 삼진 않았다. 침묵이 답답하기도 했다. 안개는 웃었다. 리어왕의 광대처럼. 그 광대는 틈날 때마다 규칙을 비웃고 특히 왕에게 버릇없이 굴었다. 하지만 왕은 눈감아주었다. 특히 광대에게만큼은. 그에겐 권위가 없었으므로. 그 권위를 신하들은 두려워했고 저마다 머리를 써댔기에 광대에게만 관대해진 건 그 때문이었는지도 몰랐다. 그래서 다시 왕의 권위가 없어졌다. 특히 신하들에게만큼은. 우스워졌다. 잘 만들어진 농담처럼. 이 텁텁한 공기 안에서. 밖에 끼어 있는 안개가 넘실거리는 것이 보였다. 여차하면 이들을 뒤로하고 박차고 나갈 수도 있겠다. 몇 사람이 낄낄댔다. 그 웃음의 의미가 뭔지 이해가 되었다. 답답했던 모양인지 한 사람은 좀 전에 나갔다. 여기 모두는 그렇게 남겨진 사람들이었다. 그런 일에 신경쓰는 사람들은 그다지 없는 듯했다. 이후로는 그런 사람이 더 나오지 않았다. 옆의 창문에 안개가 끼어 흐렸다. 뭐라도 하면 좋을 것 같았다. 점점 더 후텁지근하게 되고 있었으니. 지루한 눈들. 밖에 있는 광대가 놀렸다. 안개는 광대가 하는 마임이었다. 왕은 그 사실을 알았다. 광대가 창밖에 안개를 불러낸 것을. 광대가 심각하지 않은 표정으로 짐을 싸고 있다. 떠날 생각이었다. 왕은 광대 대신 안개에게 마음을 빼앗겼다. 그래서 한참 동안이나 보고 있었다. 안개는 광대가 마지막으로 왕에게 준 선물. 우정의 증거. 안개가 하는 농담을 가까이서 들으시길. 광대가 어딘가로 저 멀리 떠나간다. 먼저 뛰쳐나간 이가 우리들의 상상을 들고 나간 듯했다. 그가 광대였다. 왕에게서 떠나간 사람, 여기가 답답해서 나가버린 사람! 멀어져 따져 물을 수도 없는 일을 마음에 두고 있다면 자기만 손해지. 그러니까 그는 돈키호테야. 말 안장에 타고 안개에게 싸움을 걸려고 칼을 허리께에 걸고 박차고 나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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