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3월 31일 월요일

소리들

기분이 이렇게 오묘할 때에는. 아니, 나는 방금 오후부터 계속 들리는 저 소리들. 아이들이 도로에서 공을 차고 노는 소리. 소리 지르는 소리. 그리고 이제 해가 져서, 엄마들의 목소리도 여기저기서 들린다. 이런 소리는 아무 데서나 들을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래서, 그 소리를 들으면서, 이 소리가 얼마나 소중한 소리인지 생각하면서, 옛날에 놀이터에서 놀다가 애들이 하나둘씩 엄마나 아빠 목소리 들으면서 집으로 돌아가는 걸 보면서, 나는 왜 이름이 안 불렸을까? 나는 스스로 집으로 돌아갔다. 애들이 다 가면 집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문득 뒤를 돌아서 놀이터를 보면, 우리가 가지고 놀던 장난감들이 여기저기 널부러져 있고, 우리는 내일 다시 저기로 오게 될까. 어두워져서 그런지 왠지 차가운 흙들. 검은 모래들을 보면서. 내가 놀던 곳이 정말 저기가 맞나? 못 알아보게 되었다. 잠깐 사이에 말이다. 요즘은 정말 이렇게 아이들이 밖에서 아무 놀이나 하는 소리를 들을 수가 없는 것 같다. 놀이터 같은 데서 말고, 그냥 길거리에서 말이다. 동네 거리에서 말이다. 놀이터에서 노는 건 왠지 재미가 없다. 놀라고 하는 데서 놀아야 하는 것처럼. 저렇게 그냥 아무 거리에서 아무 놀이나 하는 게 정말 재미있어 보인다.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고, 쟤들이 몇 시간 동안 저렇게 놀았는지. 내가 엄마 같은 마음이 되어 이제 집으로 돌아갈 때도 되지 않았니? 라고 물어 볼 수도 있었겠지. 나는 책을 읽으려다 말고 소리를 들으면서 그냥 멍하게 있는다. 책이 중요한 게 아니다. 저 소리가 중요한 것이다. 근데 나는 저 소리를 평생 기억하고 싶은데. 기억 못 하겠지? 기억 못 해도 되겠지? 이제 애들이 다 집으로 돌아갔다. 바깥도 조용해지고. 너희는 곧 저녁을 먹겠구나. 뭘 먹을까? 내일도 저기서 놀까? 근데 내일은 내가 집에 없으니까 못 듣겠지. 여기 도착한 지 얼마 안 되었는데, 나는 이거면 충분할 것 같다. 너희들 노는 소리 들으러 여기 온 것 같다.

헤매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