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5월 22일 목요일

깨우고 사라지기

 

누군가 나를 깨웠는데, 일어나보니 아무도 없다. 누구였지. 사람이 아니었을 수도 있다. 여기가 어디지. 어딘지도 모르는 곳에서 잠이 깼는데, 누가 나를 여기에 데려다 놨는지 모르겠다. 내가 직접 걸어왔을 수도 있다. 목이 말라서 물을 마시려고 보니 누군가 이미 사용한 컵이 있다. 내가 마신 걸 수도 있다. 어제는 날씨가 좋았다고 한다. 나는 양말을 빨랫줄에 널고 햇볕에 잠을 자는 비둘기를 본다. 비둘기를 깨우고 싶지 않다. 누군가 나를 깨웠는데, 일어나보니 날씨가 좋다. 나는 잠깐 벤치에 앉아서 숨을 돌린다. 숨을 돌리는 사이에 누군가의 숨소리가 들렸는데 고개를 돌리니 아무도 없다. 사람이 아니었을 수도 있다. 누군가 자신의 여행기를 친구에게 들려주고 있다. 누군가와 통화를 하고 있다. 비둘기가 꿈을 꿨을 수도 있다. 비둘기를 깨우고 사라진 사람이 나였을 수도 있다.

헤매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