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으로 향하는 카고트럭과
시청에서 나온 분뇨수거차 사이로
걸어가는 남자는 필연일 것이다
일리가 있는 말일 것이다
저 퉁퉁한 존재
가무잡잡한 존재가
이 구역의 신일 리 없다
실속 차리고 싶은 인생일 뿐이고
분명히 죽을 것이다
그는 일터까지 매일 7킬로미터씩 걷는다
걷는 동안 신을 발명한다
자신을 여기서 구해줄 신을
그에게 당장 값어치 없는 것은
어쩌다 잔돈으로 받은 동전들
그것들을 손가락으로 튕겨
차도를 향해 날린다
동전을 차례로 밟고 달려가는
밟은 줄도 모른 채 달려가는
그래도 10원짜리 동전은 의기양양
남자가 길거리를 따돌렸기에
차들이 더듬거리며
이 좁은 길을 달려간다
예고했듯이 남자는 결국 죽겠지만
이 도로 위에서 죽진 않을 것이다
그가 따뜻한 집 안에서 죽길 바란다
희망도 기원도 허망한 채로
주행 중 조심스럽게.
오늘은 졸지 말자고.
자기 안위를 다짐하는
방금 지나간
졸음껌 씹는 운전수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