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도 좋아졌고, 이제 발코니에 풀만 심으면 될 것 같다. 이 풀은 그냥 풀이 아니다. 그냥 풀같이 보여도, 얘기하자면 길다. 아무튼 풀을 심으려고 보니 화분에 잡초 같은 풀이 자라고 있다. 내가 심은 건 아니다. 그냥 공중에 홀씨 같은 게 떠다니다가 어쩌다 보니 여기 자라게 된 풀 같다. 이끼 같기도 하고. 아무튼 나는 같은 풀처럼 보이지만 이 모르는 풀은 화단 같은 데 버리기로 한다. 버리고 돌아오는 길에 갑자기 히틀러를 생각했는데, 왜냐하면 내가 한 것이 약간은 그 사람의 정책과 닮아 있었기 때문이다. 모르는 풀은 버리고 잘 검증된, 정체성이 확실한 풀만 발코니에 모아 놓는 것이다. 내가 꿈꾸는 건 그런 발코니인가? 아니라고 말하기에는, 내 발코니에는 내가 선택한 풀들만 놓자는 생각을 한 것 같다. “내” 집에는 “나”에게 검증된 것들만 들여놓겠다는. 그런데 내가 아는 어떤 사람은 집이 정말 어수선하다. 예기치도 못한 물건이 예기치도 못한 곳에, 예를 들면 커피를 만드는 모카포트가 화장실에 있는 이유는 무엇이며, 지금 생각하면 화장실에서 대변을 누면서 커피를 마시고 그것을 깜빡했을 수도 있을 것이다, 아무튼 그 외에도 여러 가지 것들이 섞여 있었는데 그는 그것을 정리해야 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 듯했다. 나는 정돈하는 걸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어느 날 집을 청소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면, 그런 생각만 해도 피곤하긴 하지만, 구석구석 청소하고 정리하는 편이다. 정리를 위해 상자 같은 걸 사고, 이 상자에는 케이블 같은 걸 넣어야지, 이 상자에는 상비약을 넣어야지 하다가 상자들이 늘어나고, 만약 상자 하나하나가 제대로 통제되지 않으면, 상비약이 있어야 할 곳에 케이블이 있게 되면, 갑자기 기운을 잃고, 아무 상자에 아무것이나 막 넣게 되고, 결국에는 청소한 듯 보이지만, 그 상자들 속에 혼란을 숨기는 것과 다름없다. 아무튼 무슨 얘기 하다가 여기까지 왔는지 모르겠지만, 내 일상 속에 그렇게 아무렇게나 자라서 거기 자라고 있는 풀을 뽑아 버리는, 그래서 모든 것이 깨끗하고 깔끔해 보이지만 사실은 그런 통제와 관리가 무섭게 느껴지는.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에게는 더럽고 지저분하고 냄새나는 게 무섭게 느껴질 수도 있는데, 그건 무섭다기보다는 자연스러운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