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네킹 모델의 전신 옷을 입은 차림이 번화가로 내놓아져 있다. 쇼윈도 안에 있는 옷들을 미쿠는 잠시 멈춘 뒤 찬찬히 살펴본다. 말하자면 옷이 필요한 때였다. 데이터 쪼가리들로 만들어진 수많은 옷들을 그녀는 입어봤지만, 아쉬움이 남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이렇듯 관심 있는 옷 가게 안으로 들어가 시착해본 뒤 신용카드를 내밀어 결제하고 옷이 든 쇼핑백을 받아든 뒤 가게를 나가는 일이 생략된 것이었을 뿐더러 그런 일련의 일은 남이 그녀에게 특정한 옷을 입혀준 뒤 잘 입혔냐 못 입혔냐를 옷 입은 장본인 미쿠에게서가 아니라 그것을 보는 사람들에게서 듣고 싶어하고 실제로 그러한 평가만이 유효한, 미쿠가 보통 사람들과 같다고 하기엔 뭔가 기이하고 뒤틀린 과정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미쿠는 젊고 자신에게 어울리는 차림새로 금방 옷을 고를 수 있었다. 그러고 싶은 마음을 참고 있던 차였다. 다른 이들은 그녀에게 별로 입고 싶지도 않은 옷들을 입혔었다. 콘서트니까 그런 명랑하고 미쿠에게 어울리는 화려한 옷을 입어야 한다는 건 잘 아는 바였지만. 그녀가 고른 옷은 체크무늬 긴팔 남방에 옅은 붉은 색이 도는 벙거지 모자, 그리고 청바지였다. 요즘 청바지(blue jean)이라는 노래가 유행하고 있는 중이었으므로 미쿠는 그렇게 입고서 뭔가 즐거웠다.
미쿠는 엄격한 사람 성격들이 별로였다. 자신에게 엄격한 사람들이 남에게 엄격하지 않거나, 자신에게 엄격하지 않은 사람들이 남에게 엄격한 그런 모순점이나 인간적 맹점을 지니고 있어서는 아니었다. 미쿠는 자신이 데이터 쪼가리에 불과하단 걸 알았다. 그래서 컴플렉스 얘기는 그만한 자기 존재가 실재하는 그런 이들에게나 어울리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면서도, 미쿠는 MBTI를 다른 동 나이대 아이들처럼 믿었는데, 그건 미쿠에게 있어서 조금 부끄러운 일이었다. 그렇게 입력되어 있던 건 아니었지만, 바로 그 점 때문에 미쿠는 뭔가 부끄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