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5월 1일 월요일

육부육에 관한 주석

서양 전래동화 중 생강과자 인간(The Gingerbread Man)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공들여 인간 모양으로 만든 생강과자가 화덕에서 달아난다는 내용이다. 과자가 달아나는 이유는 물론 잡아먹히고 싶지 않아서다. 과자인간은 인간으로부터, 인간이 부리는 가축들로부터 도망치는 데에 성공한다. 가축들은 물론이거니와 자신을 만든 인간의 지력과 신체능력까지도 능가한 것이다. 일종의 호문쿨루스 또는 골렘이라고 볼 수 있다.

연금술사들은 그 이름처럼 금을 만드는 기술만을 탐구한 것으로 오해받곤 하는데, 사실 그들의 궁극적인 목표는 현자의 돌을 만드는 것이었고, 비금속을 금으로 만드는 것은 현자의 돌에 깃든 기능 중 하나였을 따름이다. 그마저도 사실은 수사적인 표현이 아니었을까 하는 추측이 있다. 현자의 돌이 가진 가장 강력한 힘은 인간을 늙지도 죽지도 않게 하는 것이다. 그런 기능을 가진 물건을 만들면 필연적으로 부자가 될 수밖에 없다. 삽시간에 손바닥 위에 황금이 쌓일 것이다.

즉 현자의 돌은 생명의 돌이었고, 연금술사들의 오랜 숙원은 또한, 여자의 몸 밖에서 인간을 창조하는 것이었다. 이렇듯 호문쿨루스 제작과 현자의 돌 발명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였다. 살아있는 작은 인간을 창조하는 데 성공하면 생명의 비밀을 풀어내는 것이고, 생명의 비밀에 접근하면 현자의 돌을 만들 수도 있다. 순서가 바뀌어도 마찬가지다. 현자의 돌을 일단 만들기만 하면, 인간을 불로불사의 존재로 바꾸어주는 그 무한한 생명력을 활용해 호문쿨루스도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

이때 어디에서나 쉽게 구할 수 있고 거의 무가치하다 여김받는 것, 주로 엠페도클레스의 4원소인 흙, 불, 물, 공기를 이용하는 것이 대원칙이었으며 그것을 마테리아 프리마(Meteria Prima), 제1물질이라 일컬었다.

이들 전제를 바탕으로 다음의 가설을 상상할 수 있다.
1. 밀가루를 마테리아 프리마로 한 연금술 실험이 실제로 있었고, 구전을 통해 동화로 가공된 결과 생강과자 인간 이야기가 탄생했다.
2. 1의 가설을 사실로 가정할 때, 실험의 결과가 상당히 고무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밀가루를 활용한 실험과 관련된 연금술 기록이 발견되지 않는 것으로 미루어 연금술사들조차도 “먹을 수 있는” 인형을 금단의 존재로 여긴 듯하다.

2016년에 러시아의 한 유튜버가 호문쿨루스 창조 실험 영상을 연재한 바 있다. 그가 마테리아로 삼은 것은 달걀과 정액과 시간뿐이었는데, 이미 썼듯 마테리아 프리마는 어디에서나 구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하고 연금술사와 연금술이 늘 함께 있음을 생각해볼 때 인간의 정액은 나쁘지 않은 재료일 것이다. 또한 계량하고 혼합하고 정제하고 가열하는 일련의 과정이 주방에서도 거의 유사하게 재현됨을 상기하면 뛰어난 연금술은 결국 요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연금술사들은 오랫동안 요리와 연금술의 유사성을 인정하기를 거부해왔는데 그것은 이런 까닭으로 추정된다. 그들에게 있어 요리란 여자들의 일이고, 그들은 꼬리를 삼키는 뱀을 연금술의 상징으로 여기어 숭상하는데, 창세기에 따르면 여자와 뱀은 영원히 원수지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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