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2월 15일 토요일

2주년 기념 잔치

다른 사람들은요? 글쎄.

우리는 관리실에 앉아 있었다. 관리실은 장판도 깔고 전기요도 들이고 아주 좋아졌다. 쥐잡이는 이불 위에 올라가 있었고, 우리는 이불 속에 발을 넣고 있었다. 나 혼자 생각일지도 모르겠지만 관리인과는 꽤 친해졌다. 벌써 두 해가 아닌가.

저는 이렇게 있으면 누군가 지켜보고 있는 느낌이 들어요, 말하자 관리인은 안경 너머로 내 쪽을 보며 대꾸가 없었다. 동의를 구해 본다는 뜻으로 눈썹을 치켜올렸지만 그는 입을 씰룩이다가 다시 턱을 쳐들고 ‘고양이 대해부’를 읽기 시작할 뿐이었다. 나보다 더 마셨을 텐데 대체 저걸 어떻게 읽고 있는 건지. 사실 관리인은 그걸 읽을 필요도 없을 것이다. 붙들고서 적당한 간격으로 페이지를 넘기고 있을 뿐인 게 아닌가? 이제 그 책은 아주 걸레짝이 되었다. 낡은 책을 수선해 주는 뭐 그런 사람도 있다고 들은 것 같은데...

그런 소리는 다른 사람들도 수없이 했을 거다. 관리인은 그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정말로 그렇게 말했을 수도 있다. 어쨌든 나는 분명히 누군가 있다는 걸 안다. 아니라면 창고 안의 저것들은 다 무엇인지? 그렇잖아요? 그런 거는 너무 깊게 생각하지 말어. 요즘에는 다들 그런 식으로 느낀다니까. 자네까지 그런 소리를 하다니 귀를 의심했어. 내가 뭘 어쨌다고. 그러다가 병에 걸리고 마는 거야. 그거는 느낌이 아니니까... 그거는 사실이니까... 말을 왜...

나는 뻥튀기를 한 움큼 집었다. 술 좀 더 가져올까요? 가져올 수 있으면. 관리인은 책을 덮고 음악을 틀었다. 나는 엎어져 뻥튀기를 쥔 채로 음악을 듣고 있었다. 아니면 듣고 있다고 믿고 있었다. 이윽고 찬바람과 함께 누군가 들어왔는데, 이분은 ...정이신데, 인사하게, 인사할 수 있으면, 하는 관리인의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인사할 수 없었다. 아뇨 , 괜찮습니다. 속삭이는 듯한 소리였고, 이어서 이사야의 울음소리, 뒤이어 이사야의 작은 발 네 개가 나를 일곱 번 밟고 지나갔다. 누구? 누구라고요? 조장? 교장? 요정, 교정의 요정 말이야. 실례하겠습니다. 또 속삭이는 소리. 그리고 이불 속으로 처음 보는 녹색 발 하나가 쑥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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