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9월 16일 수요일

처마

우리는 창고의 흰 처마를 보고 있네. 가을로 넘어가는 빗방울이 떨어지고 있네. 쥐잡이는 꼬리로 바닥을 때리네. 맑은 날에 털었던 담요를 꺼내네. 팔에 소름이 돋는다. 그 위로 담요가 덮인다. 절대로 죽지 않는 집짐승이 이리로 올라오네. 꼬리로 이 배를 두드리네. 이따가는 차를 내려볼까? 죽은 잎들에 물을 부어?

어때? 이게 뭔가요? 시를 한 편 써봤어. 이런 취미도 있나요? 요즘은 시심이 동하는군. 뭐가 동한다고요? 나도 한때는 시집 깨나 읽었는데. 잘 모르겠네요. 흰색이 아니잖아요? 시라니까. ‘쥐잡이’라는 건 어때요? 우리 말고는 잘 모를 것 같은데. 쥐잡이라고 하면 대충 뭔지 다 알지 않나? 각주라도 달까? 달 각주가 뭐 있어요. 그냥 고양이죠. 왜 말이 달라져. 요즘은 그렇네요. 관은 입을 다문다. 쥐잡이가 관의 무릎으로 올라간다. 담요가 덮여 있다. 컵에서는 아직 김이 오르고 있다. 우리는 창고의 흰 처마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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