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0월 13일 수요일

감기에 걸렸어요

교정의 요정으로부터의 전화였다. 감기에 걸렸다고. 뭐라는지 알아들을 수가 없어 몇 번 다그쳐 물었다. ...렸.. 기요... 감... 뭐라고? 감기라고? 감기? 맞아? 관리실 수화기를 붙들고 소리 소리를 치다가 마당으로 걸어 들어오는 교정의 요정을 본다. 손에 스마트폰을 들긴 했는데 입에다 대고 있지 않다. 교정의 요정에겐 입이 없다. 요정은 그대로 창고에 들어갈 기세였다. 수화기를 놓고 황급히 마스크를 썼다. 앞을 가로막고 보니 요정의 피부빛이 좀 달라진 듯도 했다. 좀 더 창백한 빛이 도는... 감기라며? 뭐하러 왔어? ...러요... 다... 뭐라고? 기러기? ...옴... 옮기러요. 옮기겠다고? 감기를? 요정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흐흐흐 웃기 시작한다. 요정의 눈에서 점점 더 강하게 빛이 뿜어져 나오고 있다.

헤매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