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2월 7일 수요일

리비아 콜로라도

다른 뜻 없이 그냥 머릿속에 자꾸 맴도는 두 이름을 붙인 것뿐이야. 왜 맴도는지도 몰라. 리비아는 북아프리카에 있는 나라. 콜로라도는 북아메리카 미국의 주(州)다. 리비아와 콜로라도에 대해 뭐라뭐라 늘어놓을 수도 있겠지. 사전을, 인터넷을 뒤져서. 리비아는... 콜로라도는... 카다피는... 덴버는... 만약 내가 어떤 복수를 해야 하는 사람이라고 하자. 그렇다면 그 늘어놓는 말들은 복수심을 감추려는 이야기야. 맹세한 복수를 이루려면 때가 되기 전까지 뜻을 감춰야 한다는 이상한 생각에 사로잡혀서. 하지만 리비아와 콜로라도에 대한 이야기 가운데서도 나의 복수심은 드러나고 말아. 전혀 무관한 것만 같은 정보들로부터, 나의 복수심과 연결된 뭔가가 반드시 하나쯤은 나와. 그것은 내가 복수심으로 지나치게 불타기 때문이 아니라,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그 복수심이란 언제나, 합심된 세계가 내게 준 것이기 때문이다. 리비아나 콜로라도보다도 엉뚱한, 아주 딴소리를 해도, 그것은 이 세계의 것이고, 내 복수심은, 어디서든 갑자기, 하나의 문장으로, 단어로, 튀어나오게, 또는 피어오르게 되어있어. 자세할수록, 가까워질수록, 그리고 멀어질수록, 복수와도 같은 무늬가, 패턴이 발견돼. 그렇다면 그건 복수심을 감추려는 이야기가 아닐 수도 있어. 복수심을 드러내려는 이야기인 거지. 이 돌기들과 냄새들은 나를 이상한 기분으로 만들어. 이 놀이는 나의 복수심을 건넌방으로 데려가. 나 대신 울면서 말야. 그렇게 맹세했건만... 그렇게 울면서, 눈물을 흘리면서 닦으면서. 복수심은 다소 당황한 표정으로 이끌려 간다. 왜 네가 우는 거야? 왜 울어? 누가 누굴 위로하려는 건지 모르겠는 모습. 만약 내가 정말로 쓸 사명을 생각하고 있는 거라면, 그러니까 사명들을 비석에 적어서 그냥 세워놓으려는 게 아니라면, ‘리비아 콜로라도’ 같은 식이라도 뭐가 어떻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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