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1일 금요일

국립현대미술관 앞을 지나가는 개 같은 것

국립현대미술관 앞
을 지나가는
떠돌이 개

개에게는 미술관이 아무것도 아니겠지만
들어갈 수 없는 상자거나
멀리 돌아가게 만드는 벽이겠지만
사람들은 ‘미술관 앞을 지나가는 개’
의 사진을 찍는다
귀여우니까
너무 보기 좋으니까

현대미술?
지나가는 개랑 저
안에 있는 것들이랑
남몰래 겨루는 전쟁술

개는 최소한
사람들의 지루함에 길을 내준다
즐거움을 보여준다
저 개는 어디에서 나타났을까?
궁금하게 만든다

미술을 전혀 모르는 개
미술이 전혀 모르는 개
그러나 미술관 앞을 지나가는 개는
미술관에 연동되어 버린다

일군의 행인들이 지나가고
아까와는 다른 이들이
개의 사진을 찍는다
개의 삶에 접근하려고

요 귀여운 댕댕이 사진을
해시태그 미술관
해시태그 댕댕
SNS에 업로드하는 방식으로

사진 속의 개는
미술관 앞을 지나가면서도
미술관 앞에 계속 있다

‘계속 있다’는 게
계속되는 상황 속의 개
참고로 이곳에서는
《개를 위한 미술관》(2020)
이라는 전시를 연 적이 있다

이 개는 아마도
전시를 본 적이 없을 것이고
사실 미술관이 정말로 모든 것을
위할 수는 없지
않나?
웃으며
사진을 찍으며
사람들은 받아들인다

개를 아끼는 동시에
개를 멀리하면서
모두를 위한다고 말하고 싶은
국립기관의 너무 평범한 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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