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 그 영화를 다시 봤다. 네 번 다섯 번 여섯 번 본 영화다. 정확한 수치는 기억하지 않을 것이다. 어쨌거나 어떤 인물을 눈여겨보면서 영화를 보았다. 그런 식으로 계속 다른 인물을 눈여겨보면서, 영화를 끊임없이 볼 수 있을 것 같다. 영화 속의 모든 사람이 다 되어볼 때까지 말이다. 물론 그러려면 영화를 처음 보는 것처럼 다시 보게 될 것이다. 그리고 모든 사람이 되어본 뒤에는 A길로 돌아갈 수도 있고 B길로 돌아갈 수도 있다. A길은 도로와 가까워서 차들이 많이 지나다니고, 건물의 열린 창문들로는 울리는 전화벨을 들을 수 있다. 걷다 보면 그곳에 나무가 많다는 걸 알아차리게 되고, 정신을 차려보면 그곳이 여름이라는 걸 알 수 있다. 걷다 보면 매연에 숨이 막힐 수도 있다는 느낌이 든다. 하지만 따라가다 보면 사람들을 만나게 되고, 그 사람의 이름이 무엇이었는지 기억하지 못하게 된다. 그 사람은 이름은…… 아마도 상자와 비슷한 종류의 이름이었다. 아무튼 그 이름을 듣고 병을 담는 상자가 생각난 건 사실이다. B길은 조금 더 외진 곳에 있다. 그곳으로 가면 아무도 만나지 않을 것이다. 그런 이유에 B길을 선호하기도 하지만, 그런 이유에서 B길을 지양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