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들 싸움에는 언제나 세 개의 국면이 있었다. 탐색과 공세(수세), 그리고 종막. 그것은 하나의 발레 또는 연극 같은 것이어서 기질과 성격, 선호에 따라 다르게 연출되었다. 중요한 것은 계산이었다. 지상전이란 오후 내내 걸어야 하는 뻘밭 같은 것이어서 갑자기 끝나거나 물리쳐지는 것이 아니었다. 앞선 이를 죽이면 다음 이를 죽여야 했다. 그 작자를 쓰러뜨리고 나면 저 작자를 쓰러뜨려야 했다. 전력을 다 할 지점은 어디인가? 마지막 싸움까지 몇 번의 싸움이 더 남아있는가? 그들 몸은 그 같은 질문을 수도 없이 생산한 문법이었고 정답을 구해낸 순간이 전부 있었다. 따라서 기사란 밖에서는 예술가였고 안에서는 수학자였으며 안팎으로는 군인이었다. 하지만 고더린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는 자신을 예술가라고, 수학자라고, 군인이라고, 그 집체인 기사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단지 자신이 한낱 평민이라는 생각을 버린 적이 없었다. 그 생각을 어디 두고 내리는 것이 걸리적거렸을 뿐 아니라 굳이 두고 올 필요도 못 느꼈다. 그에게 싸움은 무언가의, 특히 자기 자신에 대한 표현만큼은 절대로 아니었다. 농가 출신으로 입신양명이라는 헛꿈 때문에 가족을 배신한 저 자신에게 그 같은 생각은 애들 놀음이었다. 그에게 싸움은 거머쥐고 싶은 것들에 대한, 일확천금에 대한, 완전히 다른 삶에 대한 조바심이자 발판이었다. 그것이 다른 기사들과 고더린의 차이였다. 그는 자신의 직업에 적응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겉돌았고 무기력했고 남들이 이길 때 혼자 무너지고는 했다. 그의 스타일은 바로 그 부분에서 만들어졌다. 그의 발레는 그가 줄곧 경멸하고 조롱해온 것들, 의무와 고결함, 그것에 대한 리액션이었다. 전투의 세 가지 국면 따위 그가 알 바 아니었다. 기사 고더린의 싸움에는 딱 두 가지만이 존재했다.
도발과 살인이 그것이었다.
그래서 그는 처음으로 이 싸움을 통해 자신을, 적확하게는 자신의 사상을 표현하고자 했다. 그들이 그를 구제불능이라고 여겨왔듯, 자신 또한 그들을 구제불능으로 생각해왔음을. 그는 웃음과 함께 뜸들였다. 그리고 입을 열었다.
“잘 죽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뭐?”
“이 시시하고 멍청한 것들에 복무하는 일이 드디어 끝났어요, 대장.”
오른발을 한 걸음 뒤로 물리며 고더린은 말을 이어나갔다.
“대장. 저것들은 진작 다 죽어 없어져야 했어요. 아무것도 모르는 저것들, 세상에 대해 너무나도 무지함에도 단지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권력을 쥐고서, 우리를 헐값에 쓰던 저것들 말이에요. 솔직히 말해서 나는, 기사가 된 이래로 단 한 번도 저들에게 충성한 적이 없어요. 저들은 내 마음을 산 적이 없어요. 그러려고도 안 했고요. 그저 세상이 그런 식으로 되어 있으니까, 저들은 왕이고 우리는 신하이니까 따르라는 말에 따르고 있는 척했을 뿐이에요. 난 돈을 벌고 싶었어요. 이 짓거리를 언제까지 하고 앉아야 떵떵거리며 살 수 있는가, 뭐 그런 것만을 생각했죠. 그리고 난 지금 늙은 기사인 당신을 봐요.“
무거운 공기가 맴돌았다. 다들 고더린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대장은 미간을 움찔거리며 장검을 쥔 손을 옴짝거렸다. 그의 마음이 죽은 공주와 죽일 고더린 사이 어딘가를 맴돌았다.
“당신에게는 아무것도 없어요. 흉터와 관절통과 후유증, 지키지도 못한 왕국 말고는. 당신은 비극의 주인공처럼 그것마저 어떠한 고난으로, 기사의 삶의 맹렬한 한 부분이라며 비탄에 도취되겠죠. 불가에 앉아 슬픈 얼굴로, 누군가 당신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어보기를 기다릴 거고요. 내 말년이 그런 것이길 바라지 않아요. 비아냥대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다니까요. 당신에 비하면 나는 얼마나 솔직합니까? 동지들은 나를 물욕에 미친 강도놈이라고 비난하지만, 언제나 나는 내가 당신들보다 훨씬 더 낫다고 여겨왔어요.“
울컥하고 대장의 주먹에 힘이 들어갔다. 대장이 성큼성큼 고더린에게로 걸어 들어갔다. 고더린은 대장과 자신까지의 걸음을 읽어내며 한 발에서 두 발, 절제된 보폭으로 물러났다.
“당신이 공주에게 씌워준 투구를 가져가 내다 팔 거예요. 아뇨, 공주의 시체도 팔 겁니다. 모든 것을 노략하고 모든 것을 능욕할 거예요. 한때 왕국의 기사였던 강도. 그 같은 악명을 거머쥐고, 내게 오는 모든 이들을 받아주며, 폐허에 군림한 다음 포도주로 된 목욕물에 몸을 씻을 거예요. 말하고 보니 왕과 다를 바 없네요. 내게 충성하겠다면 지금이 기회랄 수 있어요, 대장. 그러니까 검을 버리고.“
말이 끝나기도 전에 고더린의 왼손이 날아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