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4월 29일 화요일

잠을 위한 쓸어내림

너의 밤은 잠들어 있다 나는 잠과 거리가 멀어서 너의 뒷모습을 쓸어내린다 그러나 너는 온전히 잠들지 못해 내 손길은 끝없이 머문다 끝없이 쓸어내리다 보면 없던 빈틈도 생기게 된다 악몽을 꾸는 너의 머리카락이 나의 손가락을 움켜쥔다 너의 깊이와 가까워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너의 잠에 손을 담가본다


너의 말은 잠들어 있다 네게 무슨 꿈을 그렇게 꾸냐고 물어보지만 너는 말하고 싶어 하지 않아 한다 그래도 침묵을 흔드는 것처럼 나는 계속 너를 쓸어내린다 그래도 너를 쓸어내릴 때마다 너의 꿈이 조금씩 흘러나온다 마음의 틈새가 벌어진다 아직 내가 없는 미래에 손을 담가본다


너의 꿈은 잠들어 있다 그곳엔 바다가 넘쳐나고 아무런 맹세도 필요가 없다 그곳에서 너는 치즈를 먹고 와인을 흘리고 수영을 하면서 하루를 보낸다 누군가 너와 대화를 하는데 나는 그가 누구인지 너가 무슨 대화를 하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이름과 말들이 모호해진다 대화도 금방 오겠다는 약속처럼 흐트러진다 나는 그 물결에 내가 손을 담가보려 하지만 너는 계속해서 멀리 헤엄쳐 간다


내가 다가갈수록 네 바다가 나를 밀어낸다 너로부터 끝도 없이


혼자서 할 수 있는 생각은 다 한 것 같다 아무리 쓸어내려도 우리의 어떤 말로도 메울 수 없는 빈틈이 계속 나온다 이런 말을 해도 너는 응응 하면서 따듯한 이불로 다정한 뒤척임으로 나의 두려움과 우리를 덮어버리지 혼자 먼저 잠들어버리는 사람들은 정말 미워 하지만 사라지고 싶다고 후렴처럼 말하는 나의 버릇이 사라지는 그런 밤이, 그런 잠이 계속해서 나를 네 곁에서 배회할 수 있게 한다 가끔은 계속해서 잠들어 있을 뿐이라도

2025년 4월 25일 금요일

― 제135주년 세계 노동절 대회 견학단 모집 ―

일어날 일은 일어난다


25년 5월 1일 목요일 낮 12시
서울 2호선 시청역 9번 출구 앞



행사의도

제135주년 세계 노동절 대회를 맞아, 곡물창고 이용자들(필자/독자/관리인)을 대상으로, 어쩐지 가보고는 싶은데 딱히 핑계가 없는 사람들과 함께, ‘드나듦이 자유롭고 홀가분한 견학단’을 조직합니다.


참가자격

· 곡물창고 이용자 겸 노동자
· 곡물창고 이용자 겸 예비노동자
· 곡물창고 이용자 겸 산업예비군
· 곡물창고 이용자 겸 불안정노동자
· 곡물창고 이용자 겸 사실상 노동자
· 곡물창고 이용자 겸 노동자의 친구/가족/동료
· 위 해당자의 일행


25년도 노동절 대회 견학 포인트

· 혼돈으로 빠져드는 세계 정세 속 한국의 노동운동
· 진행 중인 투쟁 현안들의 공적 의미
· 조기대선 앞 노동계의 대응 향방
· 응원봉 집회 이후의 노동절 집회 문화 탐방
· 서울 시내 투쟁 현장 방문 행진
· 곡물창고 핀버튼(비공식) 선착순 증정


프로그램

· 12시 시청역 9번 출구 집결(주최자 주황색 가이드 깃발)
· 12시~ 부스 구경 및 끼니 해결
· 2시 반부터~ 세계노동절대회
· 3시 반부터~ 행진(명동~을지로~정부서울청사)
· 5시 마무리
*구체적인 장소와 프로그램은 현장 상황에 따라 변경될 수 있습니다.


준비물

· 개인 식수, 간식 등
· 길바닥에 그냥 앉아도 되는 옷, 엉덩이 깔개 등 앉기 대책
· 걷기 편한 신발, 활동성 있는 복장 등 행진 대책
· 손수건 등 개인위생 대책
· 비옷, 우산 등 강수 대책


주의사항

· 곡물창고 관련 기획 일체 없음
· (원한다면) 간단 손피켓 제작 재료 선착순 제공
· 지하철 이용
· 뭘 따로 하자고 하지 않음(최소화된 가이드를 원칙으로 대회의 큰 흐름에 맞춤)
· 단체 가입, 종교 권유, 여타 부담스런 개수작을 금하고 상호존중 및 배려 원칙에 동의
· 주최자는 모임과 관련하여 일어난 일에 대하여 무책임/무대책(미안합니다)


참고자료

· 민주노총 대회 공지 링크
· 포스터 / 일정
· 부스소개

2025년 4월 24일 목요일

좋은 경험

강변을 걷다 보면
어디에서 흘러나왔는지 모를
종이 하나를 줍게 돼

별거 아니야
그냥 종이로 된 운명 같은 거야

처음엔 지도인지, 편지인지 알 수 없는데
펼쳐보면 모르는 나라의 젖은 산맥이지

거기 살던 사람들은
수용성 육체인가봐

흔적도 없이 조용해져 있다
나는 주운 것이 마음에 든다

집으로 가져와서
드라이어로 말려보게 돼

마른 종이 위에서 돋아난 얼굴들이
촛불 켜고 외치기 시작하지

우리는 불을 가지고 물속으로 이주한 사람들이다!
물속에서도 불을 피우고 살았던 사람들이다!

종이에서 흘러넘친 그들이
나를 둘러싸고 말해

하지만 나는 그대로 항복해버리고 싶고

사실 조용하고 용기 있는 사람들은
나한테 얼마든지 그래도 돼
그렇게 무너지면 황홀하잖아

나는 모르는 나라의 젖은 산맥에 올라
서서히, 함부로 미끄러지는 걸 좋아한다

이다음에도 누가 흘린 종이를 보면
또 집으로 가져오고 싶겠지

아니면 물에 잠긴, 풀어진 나라에서
수면 위로 떠오르는 종이질의,
얇은 인기척을 듣고 있거나

2025년 4월 17일 목요일

세계는 소유되지 않는다

관리인, 관리실로 들어온다. 정신없이 서랍을 뒤지고 있는 관을 발견하고 잠시 지켜보다가 묻는다.

관리인 뭐해?

 (화들짝 놀라 손을 감추며) 아니 그...

관리인 그?

 그... 기금을 좀...

관리인 기금? 왜? 쓴다고?

 (바지에 손을 닦는다.) 네. 뭣 좀 만들려고.

관리인 뭘 만들어?

 깃발을 좀.

관리인 뭔 깃발?

 곡물창고 깃발요. 하나 있으면 좋을 것 같아서.

관리인 이번에 자극받았나? 어딜 들고 나가겠다는 거야? 누구랑?

 많죠. 있으면. 앞으로. 많을 거예요. 많아요.

관리인 그래? 근데 서랍은 왜 뒤져? 돈 거기 없어.

 어디 있어요?

잠시 정적.

관리인 누구 맘대로?

 (관리인 쪽으로 다가가며) 제 맘대로요. 전에 기금으로 뭐라도 해보라고 했잖아요. 깃발 얘기도 당신이 꺼냈고.

관리인 그래 그거, 그랬지. 나도 생각해 봤는데 절차가 있어야겠어.

 이제 와서 무슨 절차? 우린 서로 누군지도 몰라요. 말하기도 만나기도...

관리인 그러면서 무슨 깃발을 왜 만든단 거야? 어이 잠깐만.

관, 책상 위에 놓여 있던 렌치를 집어든다.

관리인 (뒷걸음질하며) 뭐야 이거 지금?

 어딨어요 돈?

관리인 어쩌겠다는 거야? 그 돈이 어디 있을 리가 없잖아 그냥 숫자라고!

 그렇게 말할 줄 알았어! 당신은 그냥 글자고!

관리인 (달래려는 듯한 손짓) 정신 차려.

 당신이랑 사이코드라마 같은 거 하고 싶지 않아요. 돈 어딨어요? (렌치를 흔들대며 한 발 더 다가간다.)

관리인, 손을 쥐었다 폈다 하며 자세를 낮춘다.

관리인 붙들어!

관리인의 외침과 함께 관의 등 뒤 허공에서 요정이 나타나 관의 양 손목을 각기 붙잡는다. 요정에게 붙잡힌 관의 손목에서 형광색 연기가 난다. 관은 데인 듯 고통스러워하며 비명을 지른다. 요정도 같이 소리를 지른다.

요정 키에엑!

관리인, 관에게 달려들어 렌치를 빼앗는다.

관리인 (렌치로 관의 머리를 내려치며) [     (ㄱ)     ]

요정 [     (ㄴ)     ]

① 너의 깃발은 여기에 있다
② 깨어나라!
③ 그대 현실로부터 이곳으로 다시
④ 귀신의 것은 귀신에게 주고
⑤ 저승 안식은 이름 없는 이들의 것
⑥ 느리게 착륙해오는 이곳 저승에서
⑦ 자연은 안간힘이고 인간은 깜부기불인데
⑧ 집짐승들의 이산된 가족은 어디에 있느냐
⑨ 이뤄지지 않는 것을 잠시만 맡아서
⑩ 빚과 몫을 바수어 거름으로 뿌려라
⑪ 세계는 수확되지 않는다
⑫ 세계는 소유되지 않는다

2025년 4월 1일 화요일

25년 3월의 모금통

이달의 격려 수 (누계)

모든 격려: 1 (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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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총격려금

10,000원


상세:
일자 / 들어온 격려금 ― 입금자명

20일 / 10,000원 ― 같은것입하요청


전달:
격려된 태그 [입하여부] ☞ 전달된 격려금

~같은 것 [入] ☞ 10,000원


총기금 (당월 기금 + 이월 기금 + 예금이자)

305,280원 (0원 + 304,909원 + 371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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