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7월 7일 월요일

낮을 위한 공원

기다리는 아이처럼

오래 앉아 있었다


이마가 서늘해질 때까지 

공원을 가로지르는 구름을 봤다

끝에서 끝으로 가는 것들을 떠올리며

시작이 사라지며


구름이 여기저기 퍼져나갔다


시선이 내려와

눈을 더듬으니 내게 필요한 자리가

풀밭처럼 펼쳐졌다

 

다른 누군가가 필요없는 것처럼

무릎을 조금 늘려 벤치에 누웠다

잠시 나는 사라지고


눈꺼풀 사이로 깜빡이는

아름다운 열대어 떼

 

그러다 한 마리가 내려와

유성처럼 떨어지려고 할 때

무서워 일어나게 되고

물고기는 사라지게 되고


되살아난 내가 낮을 목줄 삼아

다시 걷는다


조용히 가라앉는 닻처럼 

꿈의 윤곽은 희미해서


기다리는 아이처럼

오래 앉아 있었다


이곳에 마지막 구름이

언제 가라앉을까 


아이들이 열대어 떼를 따라가며

곧 비가 쏟아진다고 말했다


사라지는 아이들 사이로

계속해서 흔들리는 나무들


이런 기다림은

멈추지 않아도 돼


멈추지 않아도 돼


2025년 7월 5일 토요일

되게 되겠지

커피를 한 잔 

마시게 되겠지 

집에 오면 곧장 화장실에 들어가

샤워를 하게 되겠지

샤워를 한 뒤에는

땀을 흘리며

책상에 앉아 있게 되겠지

사람인 줄 알고 쫓아간 사람은

사람이 아닌 것으로 

밝혀지겠지

거리가 

가장 위층에 

살게 되겠지

네 월급의 반 이상을

월세로 쓰게 되겠지

그리고 나서

기다리겠지

사람인 줄 알고 쫓아간 사람이

사람이 아닌 것으로

모르게 되겠지

아무것도 모르게 되겠지

모르는 곳에서 다시 

시작하게 되겠지

나도 모르고

아무것도 모르는 곳에서

가장 위층에

살게 되겠지

그러다보면 

아무도 아니게 되겠지

사람인 줄 알았는데

나는 사람이 아닌 것이 

되게 되겠지

그래도 아침에는 

눈을 뜨겠지

사람이 아닌 것이

사람이 아닌 채로 

숨소리를 듣게 되겠지

그러다보면

갑자기 창문 밖에서

종소리가 들리겠지

아름답다고 느끼겠지

아무것도 모르겠다고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가


 

2025년 7월 4일 금요일

넘어진 날

하늘은 뿌옇고 별이 쏟아진 바닥엔 폭우의 흔적이 남았지 부서진 별빛이 낮은 음성으로 말했지 별도 하늘도 태양도 믿지 않는 우리는 굵은 밧줄을 매어 미래를 끌어내렸지 시커먼 그것을 그때 네가 그랬잖아: 우리가 일렬로 마주 섰던 때 넌 웃으며 너는 내가 될 거라 그랬잖아 난 웃으며 나는 내가 될 거라 답했잖아 넌 웃으며 나는 네가 될 거라 말했잖아. 망가진 버스 정류장은 결국 하수종말처리장을 멈췄지 하수종말처리장만이 우리에게 응답했지 낮게 우는 별빛이 거기서 악취를 풍기며 빛났지. 우린 썩은 오니 위를 떠다니는 표지판이 기다란 팔로 인사하는 걸 보고 왔지

물론 우린 반갑게 답했어

안녕 안녕 안녕

우리가 목소릴 따라 걷던 새벽의 거리는 동이 틀 무렵 곧게 일어섰지 네가 일출을 따라 수직으로 선 도로를 우주에서 봤다면 
넌 금빛 창문을 짚고 우릴 가리킬 수 있었을까 우린 누워 긴 대로의 끝을 걷는 한 무리의 소년 소녀를 보았어 이제 막 일 년이 지났다

작년에 잘 저며 말려 둔 바람을 꺼내다 곱게 빻아 화분에 묻었어 씨앗도 흙도 없는 화분도 언젠간 응답할 테지.

헤매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