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7월 29일 화요일
고질적인 문제
마음은 급하지 않아도 돼
늙어가는 개를 데리고 사는
친구가 말했다
자기도 늙어가고 있으면서.
친구네 개가 늙어가고 있다는 얘길
어쩐지 내 일처럼 듣고 있었다
휴게소였나? 생각해보면
화장실 앞 복도에 서 있을 때
다급한 얼굴로 줄 서 있던 사람들이
조금씩 늙어가고 있었다
먼저 들어갔다가
나온 사람들의
오래 참은
피곤한 냄새를 맡으면서
이제 나도 그런 걸 많이 봤구나.
순간 속으로 걸어 들어가
가만히 생각하고 있으면 친구네 개가
온 힘을 다해 컹컹 짖는다
나오라고,
이제 나오라고,
짖을 힘도 없으면서.
남의 집에 사는 젊은이들이 늙어서
늙은이가 되었습니다
그들은 결혼하지 않고
개와 함께 삽니다
매체에선 이런
비슷한 얘기를 많이 한다
무슨 문제라도 되는 듯이.
문제 속에서 살게 하는 게
문제라는 걸 왜
자기들만 몰라?
친구가 짜증을 내자
너무 늙어서 지혜로워진 그의 개가
컹, 하고
동의했다
나도 하나의 입장을
내 옷처럼 입고
사회 언저리를 돌아다닌다
늙어가면서.
급속도로
늙어가면서,
하지만 어떡해?
나는 바람이 좋아!
그냥 생각한다
내가 겪은 모든 것을 지나서,
나는 구름이 좋아!
그냥 생각한다
2025년 7월 11일 금요일
나에게서
나는 모른다
늙은 선생이 묻는
대부분의 것을
그런 선생이 오늘
또 하나를 가르쳐주겠다 한다
그에 따르면:
사공도(司空圖)는 중국 당나라 말기의 문인이자 시론가다.
웅혼에서 고고, 유동까지
스물네 가지 시의 풍격을 정리한 이십사품을 썼다.
그가 살던 시대엔 환관이 득세하고
농민들이 봉기를 일으켰다.
천하가 혼란에 빠지자
난세의 사공도는 은거를 택한다.
이후 줄곧 조정의 부름에 응하지 않았고
시 창작에만 몰두하다
당 애제(唐 哀帝)의 피살 소식을 접한 뒤
곡기를 끊고 일흔두 살의 나이로 죽었다……
그렇군
죽었구나
선생은 죽은 당나라 사람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쓰다듬던 머리통을 나에게 건네준다
너 시가 뭔지 아니?
죽은 사람의 머리를 붙들고 시를 생각하니
인간의 생각이 끝나고
시론가 귀신의 생각이 시작되는구나
“태화산 밤하늘엔 푸른 기운 감돌고
사람들 귀에는 맑은 종소리…”
대신 머리통이 입을 여는구나
발 아래에는
죽은 입이 왈칵
쏟아놓은 검은 물
물은
스물네 가지의
흔들리는 마음 모양이다
일흔두 살까지 시를 쓸 수 있었던
죽은 머리통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인가?
나는 목의 절단면을
살살 만지며 궁금해한다
사공도 얼굴이
선생 얼굴 될 때까지
사알살 만진다
*
장례식장 근처에 가면
비가 온다
청결한 건물에 들어섰을 때
나는 자연의 말에 따를 생각이었다
나는 죽음이 흔들고 간 분위기가 익숙하다
아프지 않고 살 수 있는 인생은 잘 모르겠다
주먹 쥐고 일어서…!
발로 차는 돌…!
나는 이런 비명들을
죽은 친구의 이름처럼 불렀다
빈소에 도착하자
내가 풀어놓은 비명들이
온몸에 달라붙었다
너무 살아 있었던
좋아하던 얼굴에서
쓰러진 의자 다리에 핀
곰팡이 냄새가 났다
그날도 비가 많이 왔다
나는 오늘까지 조용하다
*
집중해라
사공도의 열아홉 번째 시품은
비애(悲哀)가 아니다
비개(悲慨)다
슬프게 개탄한다는 뜻이다
선생은 사공도의 비개를 화폭에 옮긴
겸재 정선의 그림을 보여준다
그림 속에서 바람은
한 방향으로 불지 않니?
칼은 있으나
쓸 수가 없지 않니?
이윽고 장사의 슬픔도
한 방향으로 사라지는 것이다
네가 사는 방향도
한 가지인 것이다
선생이 사람을 읊는 동안
나는 그가 칼을 버렸기를 바란다
등에 나뭇잎 지고 돌아갔기를 바란다
그러나 온 데 없는 그가 어디로 돌아갔을 것인가
그것마저 말하는 경지가 비개다. 말하자면―
죽은 친구가 준 모자 쓰기
죽은 친구가 준 외투 입기
죽은 친구가 쓴 시 읽기
누가 나를 뜯어서
여기에 던져버리고 갔다
그렇다고 해도
손으로 쥘 수 없게 다 뜯어진
나를 원하는가?
나는 뜯어진 손으로
뜯어진 목을
사알살 만진다
죽은 네 냄새
나에게서 나라고
2025년 7월 7일 월요일
낮을 위한 공원
기다리는 아이처럼
오래 앉아 있었다
이마가 서늘해질 때까지
공원을 가로지르는 구름을 봤다
끝에서 끝으로 가는 것들을 떠올리며
시작이 사라지며
구름이 여기저기 퍼져나갔다
시선이 내려와
눈을 더듬으니 내게 필요한 자리가
풀밭처럼 펼쳐졌다
다른 누군가가 필요없는 것처럼
무릎을 조금 늘려 벤치에 누웠다
잠시 나는 사라지고
눈꺼풀 사이로 깜빡이는
아름다운 열대어 떼
그러다 한 마리가 내려와
유성처럼 떨어지려고 할 때
무서워 일어나게 되고
물고기는 사라지게 되고
되살아난 내가 낮을 목줄 삼아
다시 걷는다
조용히 가라앉는 닻처럼
꿈의 윤곽은 희미해서
기다리는 아이처럼
오래 앉아 있었다
이곳에 마지막 구름이
언제 가라앉을까
아이들이 열대어 떼를 따라가며
곧 비가 쏟아진다고 말했다
사라지는 아이들 사이로
계속해서 흔들리는 나무들
이런 기다림은
멈추지 않아도 돼
멈추지 않아도 돼
2025년 7월 5일 토요일
되게 되겠지
커피를 한 잔
마시게 되겠지
집에 오면 곧장 화장실에 들어가
샤워를 하게 되겠지
샤워를 한 뒤에는
땀을 흘리며
책상에 앉아 있게 되겠지
사람인 줄 알고 쫓아간 사람은
사람이 아닌 것으로
밝혀지겠지
거리가
가장 위층에
살게 되겠지
네 월급의 반 이상을
월세로 쓰게 되겠지
그리고 나서
기다리겠지
사람인 줄 알고 쫓아간 사람이
사람이 아닌 것으로
모르게 되겠지
아무것도 모르게 되겠지
모르는 곳에서 다시
시작하게 되겠지
나도 모르고
아무것도 모르는 곳에서
가장 위층에
살게 되겠지
그러다보면
아무도 아니게 되겠지
사람인 줄 알았는데
나는 사람이 아닌 것이
되게 되겠지
그래도 아침에는
눈을 뜨겠지
사람이 아닌 것이
사람이 아닌 채로
숨소리를 듣게 되겠지
그러다보면
갑자기 창문 밖에서
종소리가 들리겠지
아름답다고 느끼겠지
아무것도 모르겠다고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가
2025년 7월 4일 금요일
넘어진 날
하늘은 뿌옇고 별이 쏟아진 바닥엔 폭우의 흔적이 남았지 부서진 별빛이 낮은 음성으로 말했지 별도 하늘도 태양도 믿지 않는 우리는 굵은 밧줄을 매어 미래를 끌어내렸지 시커먼 그것을 그때 네가 그랬잖아: 우리가 일렬로 마주 섰던 때 넌 웃으며 너는 내가 될 거라 그랬잖아 난 웃으며 나는 내가 될 거라 답했잖아 넌 웃으며 나는 네가 될 거라 말했잖아. 망가진 버스 정류장은 결국 하수종말처리장을 멈췄지 하수종말처리장만이 우리에게 응답했지 낮게 우는 별빛이 거기서 악취를 풍기며 빛났지. 우린 썩은 오니 위를 떠다니는 표지판이 기다란 팔로 인사하는 걸 보고 왔지
물론 우린 반갑게 답했어
안녕 안녕 안녕
우리가 목소릴 따라 걷던 새벽의 거리는 동이 틀 무렵 곧게 일어섰지 네가 일출을 따라 수직으로 선 도로를 우주에서 봤다면
넌 금빛 창문을 짚고 우릴 가리킬 수 있었을까 우린 누워 긴 대로의 끝을 걷는 한 무리의 소년 소녀를 보았어 이제 막 일 년이 지났다
작년에 잘 저며 말려 둔 바람을 꺼내다 곱게 빻아 화분에 묻었어 씨앗도 흙도 없는 화분도 언젠간 응답할 테지.
2025년 7월 1일 화요일
25년 6월의 모금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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