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리는 아이처럼
오래 앉아 있었다
이마가 서늘해질 때까지
공원을 가로지르는 구름을 봤다
끝에서 끝으로 가는 것들을 떠올리며
시작이 사라지며
구름이 여기저기 퍼져나갔다
시선이 내려와
눈을 더듬으니 내게 필요한 자리가
풀밭처럼 펼쳐졌다
다른 누군가가 필요없는 것처럼
무릎을 조금 늘려 벤치에 누웠다
잠시 나는 사라지고
눈꺼풀 사이로 깜빡이는
아름다운 열대어 떼
그러다 한 마리가 내려와
유성처럼 떨어지려고 할 때
무서워 일어나게 되고
물고기는 사라지게 되고
되살아난 내가 낮을 목줄 삼아
다시 걷는다
조용히 가라앉는 닻처럼
꿈의 윤곽은 희미해서
기다리는 아이처럼
오래 앉아 있었다
이곳에 마지막 구름이
언제 가라앉을까
아이들이 열대어 떼를 따라가며
곧 비가 쏟아진다고 말했다
사라지는 아이들 사이로
계속해서 흔들리는 나무들
이런 기다림은
멈추지 않아도 돼
멈추지 않아도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