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4월 13일 금요일

동백

뒷마당에는 딱 사람 키만 한 동백나무가 한 그루 있다. 관리인이 거기에 대고 뭐라고 말하는 걸 먼발치에서 본 적이 있다. 이상하게도 잊기 어려운 장면이다. 한 발을 앞으로 내밀고 선 이사야가 그 동백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는 모습 역시, 뇌리에 강하게 남아 있다. 관리인은 그냥 뭔가를 먹느라 입을 오물거리고 있던 것이고 이사야는 앞에 나는 나방을 보고 있던 것일 수 있다. 우연히 거기에 동백이 있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동백은 그런 정도의 것이 아니다. 두 이미지에서 주인공은 어디까지나 동백이다. 동백이 듣고 있었으며, 동백이 보고 있었다. 동백은 지금도 사람이나 짐승에게 곧 달려들어 죽일 것처럼 그곳에 서 있다. 저 동백이 거의 그에 준하는 생각을 하고 있음을 다들 안다. 죽여주는 생각. 모두가 사랑하는 동백의 잎사귀들 안쪽 어두운 곳에 그런 생각이 고여 있다는 것을, 동백이 엄청나게 살아 있다는 것을, 동백의 옆에서 그 잎사귀들을 만져 보며 다들 안다. 동백이 눈 내리는 새벽에 창고 밖으로 걸어나가는 꿈을 꾼 적이 있다. 아니면 창고가 동백을 버려둔 채 기어간 것일 수도 있고. 지금은 봄이다.

헤매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