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4월 25일 수요일

루돌프 슈타이너

한참 후에 영화관을 나온 아이는 시야에 들어오는 모든 것이 2차원으로 보이는 것을 깨달았다. 그러나 세상이 실제로 평면인 것은 아니었기에 사람들의 움직이는 몸이 자꾸 면으로부터 입체로 눈 안에 쏟아져 들어왔다. 그 무게감에 멀미가 난 아이는 횡단보도에 멈춰 설 때마다 눈을 감았다가 주위 인기척의 움직임이 느껴지면 눈을 떴다. 하지만 움직이는 것들만 밀려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움직이지 않는 것 또한 눈알에 와 부딪히고 있었으며, 과민해진 눈 때문에 그들이 입체를 형성하고 있는 모습을 움직임으로 착각했다는 걸 깨닫고 잠시 앉기로 결정했다. 결정을 내린 아이는 언제 멈춰야 할지 몰라 계속 걸었다. 세상이 움직임을 멈출 때까지 계속해서 눈을 감았다 떴다. 다시 감았다가 뜨자, 아이의 머릿속에 남아 있던 괴물의 얼굴 모양으로 튀어나온 벽처럼 느껴지던 울렁임이 서서히 가라앉는 것을 느꼈고, 멈춰 설 이유가 없어진 아이는 계속해서 걸었다. 맞은편에서 사람들이 빠른 걸음으로 걸어왔다.

헤매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