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6월 2일 토요일

뜻밖의 마술

설명을 위해 꿈을 말해야 한다. 꿈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오늘 자각몽이 있었다. 학교가 무너지는 꿈을 꿨는데, 학교가 사실은 십수 년전에 무너졌다는 것을 깨닫고 꿈인지 생시인지 꿈속에서 생각해 보니 진짜 꿈이었던 것이다. 깨닫고 나니 학교 정도는 고칠 수도 있을 것 같아 마음먹으니 멀쩡해졌다. 자각몽에는 조건과 훈련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들었는데 연습한 적도 없고 취미 삼지도 않았으니 어쩐 일인지를 모르겠다. 여튼 재건된 학교를 보며,

어디까지 가능한가?

그런 생각을 했다. 그러니까, 꿈 내용을 통제할 수 있다면 읽지도 않은 책의 한 페이지를 꿈에서 읽는 일은 가능하냔 거다. 시간과 공간을 손볼 수 있을까? 지금부터 잠에서 깰 때까지의 시간을 무한히 늘린다거나 하는 일.

그러나 읽지도 않은 책을 읽을 수는 없었고 무한한 시간을 손에 넣을 수도 없었다. 생각을 바꿨다. 나는 신 같은 것을 그려내려고 애썼다. 온갖 우상과 세계의 비밀, 오파츠와 전도서 성경 삽화 따위를 떠올렸다. 교황님, 몰몬, 사이키델릭. 만약 신이 존재한다면 존재하는 모든 것 안에는 신이 존재할 터이고 내게도 신의 속성이 깃들어 있을 터이다. 꿈속 세계에서는 내 안에 있는 것만을 불러들일 수 있다. 있다면 소환할 수 있을 터. 순간, 하나의 점을 중심으로 본 적 없는 불꽃들이 퍼졌다. 전신을 드러낸 것은 외곽선 없는 형상이었다.

나는 그 형상을 통제할 수 없었다. 꿈 밖에 있기 때문이라고 그가 말했다. 그는 자신이 인간과 다르다고, 이것은 기원 후 파놓은 함정이라고 말했다. 내가 막연히 신 같은 것을 상상하며 자각몽 속에서 부르려 했기 때문에 그를 바탕으로, 꿈은 주파수가 채널을 찾듯 매개가 되었으며, 그래서 이것은 꿈이 아니라 문명에 가깝고, 사건의 지평선은 늘어났으며 너로서는 아무것도 돌이킬 수 없다고, 이제 우리가 너희 행성으로 간다고, 그렇게 알고 있으라고 말했다.

나는 벌벌 떨며 깨어났고, 자각몽에 대해 알아보다가 내가 겪은 것이 자각몽이 아니라는 것을, 그저 내가 자각몽을 꾸는 것 같은 꿈을 꾸었을 뿐임을 알게 되었다. 자각몽을 꾸는 꿈에서 그나마의 내 학교를 고친 것. 그 정도가 확신을 담아 말할 수 있는 뜻밖의 마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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