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1월 16일 월요일

작은 문

 


지금은 회사 밖이다. 나는 보도블록에 서서 담배를 피웠다. 내 옆의 몇 사람들이 돌아가면서 전화를 받고 있었다. 나는 작은 발판같이 생긴 보도블록의 튀어나온 데 위에 섰다. 그리고 나도 전화를 받았다. 팀장의 전화였다. 나는 외근을 나와 있었고, 조금 있다가 편의점에 가서 커피를 하나 사서 마실 것이다. 팀장의 전화는 미팅 일정을 잡자는 것이었다. 정확히 세 시간 후에 회사에서 만나기로 했다. 나는 한쪽 눈을 게슴츠레하게 떴다. 무언가 빛나는 것이 보도블록 위에 있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자세히 보니 그건 작은 문 같았다. 열고 드나들 수 있는. 그런 문이 왜 보도블록 위에 있는지는 몰랐다. 나는 쪼그려 앉아서 그 작은 문의 손잡이를 손으로 잡고 열어보았다. 그런데 문이 열리지 않았다. 그것은 열리지 않는 문이었다. 나는 한숨을 쉬고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었다. 담뱃갑을 꺼내서 담배를 하나 더 피웠다. 주변에 있는 몇 사람들의 통화 내용에 관심이 갔다. 나는 담배를 피우면서 그렇게 서 있었다. 방금 본 작은 문에 대한 생각도 했다. 킥보드를 타고 있는 어린아이가 이쪽으로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가령 이러한 상가 건물에 있는 문들은, 다 여는 쪽에서 열 수 있도록 고안된 그런 문들이다. 아까같이 안 열리는 문, 게다가 그렇게 작은 문들은 없었다. 혹시 그 문을 열려면 열쇠가 필요했던 것이 아닐까. 나는 다시 게슴츠레하게 눈을 뜨곤 뭔가 빛나는 것이 없는지, 보도블록 가를 지켜보았다. 그랬더니 아까 그 작은 문이 다시 빛나고 있었다. 나는 그 위로 다시 쭈그려 앉아서 열쇠구멍이 있는지 잠자코 들여다봤다. 그랬더니 문고리 옆에 열쇠구멍이 있는 것이 보였다. 나는 열쇠 대신에 어떤 물건을 집어넣을 수 있는지 고심했고, 가방에 있던 샤프심을 하나 꺼내 집어넣어 보았다. 그랬더니 샤프심이 부러졌다(저 문을 열면 그 앞에 문지기가 앉아 있을 법했다). 나는 편의점에 가서 면봉을 하나 사 왔다. 그리고 열쇠구멍에 집어넣어 문을 열었다. 문안에는 작은 난쟁이 문지기가 한 명 앉아 있었다. 앉아 있는 문지기는 더 이상 문을 열지 말라는 듯 한 손을 들어 이쪽을 제지하는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나는 다시 회사로 돌아가 팀장을 만났다. 조금 이르게 도착한 시각이었다.

헤매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