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9월 23일 목요일

검사

콜록콜록. “왜 그러니, 어디가 아파?” 나는 공책을 꺼내서 폈다. 그리고 몇 문장을 적어서 언니에게 보여주었다.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언니와 대화할 수 없어. 그런데 집에서 마스크를 쓰기엔 갑갑해. 언니, 나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아야 할까? 그런데 같은 반에 검사를 받은 아이에게 들었는데 면봉을 코 깊숙이까지 찌른대. “검사를 받아야 할지도 모르겠구나. 자, 여기 마스크. 오늘은 이따가 검사받으러 갈까?” 나는 목이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 “응.” “밥 먹고 갈까?” “아니, 먹고 싶지 않아.” “그럼 좀 누워 있으렴. 이따가 언니랑 같이 가자.” “그런데 나 TV 보고 싶어.” “안 돼, 네 생각대로 나한테 옮길지도 몰라.” “콜록콜록.” “감기약이 있긴 한데 먼저 먹을래?” “응.” 언니가 감기약을 들고 왔다. 나는 그것들을 손바닥에 올려놓은 다음 한 번에 물과 함께 삼켰다. 예전에 어릴 때는(지금도 어리지만) 한 번에 한 알씩만 삼키곤 했다. 언니도 그걸 알고 있었다. “약을 잘 삼키네.” “응.” “그럼 좀 누워 있으렴.” “언니, 그런데 나 심심해. 핸드폰 하고 있어도 돼?” “응. 아마도 될걸. 그런데 눈 나빠지지 않게 조심해.” 시간이 몇 시간이 지나야 병원에 갈까? “언니, 병원에 몇 시에 갈 거야?” “나 지금 나갔다 와야 돼서 이따 1시에 가자.” 오랜만에 언니와의 외출이었다. 언니가 방을 나가고 나는 장롱문을 열어 개어 놓은 옷들을 꺼냈다. 이따가 입고 갈 것이다. 그리고 침대에 누웠다. 동영상 어플을 켜서 맨날 보는 그림 방송을 봤다. 그리고 난 잠이 들었다.

*

콜록콜록. 멍하니 누워 있는데 현관문을 여는 소리가 났다. 언니인 모양이었다. 언니는 내 방문을 노크한 다음 고개를 올리고 일어난 나에게 캐미솔을 덮어주었다. “몸은 좀 어떤 것 같아?” 창밖으로는 비가 오고 있었다. “으응, 그냥 그래.” “아직도 밥 안 먹고 싶어?” “응.” “그럼 지금 병원에 갈까?” 나는 언니의 손을 붙들었다. “그런데 정말 면봉을 코 깊숙이까지 찌를까? 그럼 아플 텐데.” “그렇게 깊게는 안 찌를걸.” 나는 약간 두려웠으나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아까 꺼내 놓은 옷을 입었다. 그리고 방 밖으로 나가는 언니를 따라갔다. 언니는 근사한 외출복을 입고 있었다. 나는 왼쪽 주머니에 핸드폰을 챙기는 것을 잊지 않았다. 그런데 갑자기 궁금해져서 언니에게 물었다. “언니, 그런데 검사는 무료야?” “만 원 정도 든대. 그렇게 걱정하지 말렴.”

*

콜록콜록. 언니와 나는 택시를 타고 근처의 검사를 시행하는 큰 병원으로 갔다. 그곳에는 건물에 들어가기 전에 언덕길을 오를 수 있는 에스컬레이터가 설치되어 있었다. 그리고 에스컬레이터의 밑에 안내원이 서 있었다. “언니, 나 그런데 정말로 그 병에 걸린 거라면 어쩌지? 지금도 이렇게 나란히 서 있잖아. 그리고 아까 택시 아저씨랑도 같은 차 안에 있었고. 아저씨에게 병원에 검사받으러 가고 있음을 밝혀야 했던 게 아닐까?” “마스크를 썼으니까 괜찮을걸. 그래도 밝히는 것은 그래야 했을지도 모르겠구나. 생각을 못 했어.” “으응.” 언니는 뭘 깜빡할 때가 많았다. 검사소는 병원 건물 밖에 마련되어 있었고 앉아서 쉴 수 있는 의자에는 다른 사람들이 이미 앉아 있었다. 언니는 검사지를 쓴 다음에 안내원에게 건넸다. 나는 그 옆에 서서 멀뚱멀뚱 그것을 바라보았다. “의자에는 사람들이 모두 앉아 있구나. 안 힘드니?” “콜록콜록.” 난 괜찮아, 라고 말하려는데 기침이 나왔다. 감기에 걸린 것은 분명했다. 나는 목을 가다듬고 말했다. “난 괜찮아. 그보다 언니. 그 병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만약 그 병이 맞다면 지금까지 제일 많이 같이 있었던 언니가 그 병에 걸릴 위험이 많은 거잖아. 그걸 뭐라고 했더라? 맞아, 리스크가 커.” 그리 먼 거리가 아니었으므로 돌아올 때는 언니와 같이 걸어왔다. 그리고 코 깊숙이까지 찌른다던 같은 반 아이의 말은 사실이었다! 정말로 코 깊숙이까지 찔렀다. 그래도 못 참을 정도까진 아니었고, 언니가 옆에 있어서 안심이 되었다. 코가 찔린 직후엔 코 속이 매웠다. 집에 와서 침대에 눕고 다시 동영상 어플을 켜서 그림 방송을 봤다. 그리고 멍하니 그렇게 보고 있었다. 창밖으로는 아직도 비가 내리고 있었다. 아까 난 장화를 신고 가서 양말이 젖지 않았다. 그렇게 있기를 몇 시간. 언니가 노크하고 들어왔다. 그리고 웃는 표정으로 말했다. “알림이 왔구나. 음성이래.” 나는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콜록콜록. “병이 아니라서 다행이다, 그렇지?” “응, 정말 다행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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