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8월 27일 화요일

새를 위한 집 같은 것

가게 주인이
어깨에 새 한 마리 앉혀놓고
말한다

말하는 새 이백만
말 못하는 새 팔만
날 수 있는 새 오만
못 나는 새 십만
앞에 있는 새 삼백만
저 끝에 있는 새 삼만

각양각색의 새들 사이에서
주인의 새는 말할 줄 안다

나는 이백만!
나는 이백만!

사 오지 못한 새는
며칠 전부터
앵무
앵무
앵무
내 머릿속에서 떠들고

새와 함께하는 삶은
해보지 않아서 몰라
종이새 접는다

말을 시키면
말을 하고
날게 하면
날고자 하고
이걸 다
못해도 여전히 새인
종이새

어깨에 새를 올려놓으니
그의 삶
날아갈 것 같다
이제는 내가 새의 집 같아
마음에 난로 켜고
이불을 깐다
불은 꺼줄까?
좋다

나는 이만
돈으로는 살 수
없는 집이 되어본다

헤매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