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8월 20일 화요일

클라우스

순전히 호기심 때문에 클라우스를 찾아갔다고 하면 무모하게 들릴지도 모르겠다. 그 클라우스, 정신 나간 성기사를 말하는 것이다. 우리 젊은이들을 위해 클라우스를 잠깐 소개하는 편이 좋겠다. 성당지기였던 대머리 클라우스는 쉰을 넘긴 나이에 (그 자신의 주장에 따르면) ‘이상한 음성’을 들은 뒤 그 뜻을 헤아리겠다며 스스로에게 맹약하고 성기사를 자칭했다. 그는 동료들과 함께 여러 모험을 펼쳤다. 그중 특히 수염군주 이야기가 ○○지방에서 아직도 유명하다. 실제로 일이 일어났던 장소로부터 멀리 떨어진 ○○지방에서 그 이야기의 인기가 높은 이유는, 물론 그 일행 중 한 명이 ○○지방 출신인 것도 있겠지만, 아무래도 그 이야기 특유의 신비하고 비의적인 뉘앙스가 ○○지방에 없는 뭔가를 자극하기 때문인 것 같다. 산문적이고 지루한, 계산으로 가득한 ○○지방의 지독한 분위기는 나도 싫어한다. 어쨌든 그다음, 클라우스가 이러저러해서 붉은 갑옷을 얻은 다음부터 모험의 끝까지는 ○○지방에서도 불명확하게 남아 있다. 음유시인들의 마무리말에 없는 거나 마찬가지인 두어 문장뿐이다. 그리고 늙은이는 음성의 정체를 깨닫게 되었다거나 음성 같은 건 처음부터 없었음을 알게 되었다거나. 클라우스는 오래전에 죽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나는 클라우스가 정말로 죽기 전에 직접 들어보려고 찾아갔다. 자칭으로 시작했지만 어쨌든 진짜 성기사가 되긴 했으니, 이 정신 나간 노인에게 얼마든지 퇴치당할 수 있어 바짝 긴장이 됐다.

내가 클라우스의 오두막에 나타난 때는 그가 막 잠에서 깨어났으리라 생각되는 저녁이었다. 아마 그가 자신의 손으로 만들었을 오두막과 움막의 중간쯤 되는 무언가는 주변의 울창한 풍경 속에 어둠과 함께 더 짙게 섞여들고 있었다. 짐승들조차도 모를 곳, 최소한의 손길만이 느껴지는 거처였다. 어째서 이런 곳에 살고 있을까 하는 생각과 그에게는 바로 이런 곳이 어울린다는 생각이 동시에 들었다. 나는 문앞에 서서 최대한 공손히, 나직하게 말했다.

“계십니까?”

삼백 살이 넘은 성기사, 동시에 흡혈귀에게는 어떻게 대해야 할까? 나는 일찍 죽었지만 이런 경우 예의를 갖춰야 한다는 건 안다. 하지만 죽음으로 따지면 내가 선배인데? 좀 더 위엄 있게 부를걸 그랬나? 나는 속으로만 생각한다. ‘그대는 앞으로 나오라...’ 운명책에 따르면 그는 곧, 두 달이나 세 달 안에 죽는다. 왜 죽는지는 모른다. 대답은 없었다. 어쩌면 그의 죽음은 더 빨랐을지도 모른다. 문을 두드렸다. 영기 때문인지 쉽지 않았다. 죽어도 그런 게 남아 있다는 얘긴 들어봤다.

“나 클라우스는 이상한 방문자의 목소리를 들었노라... 방문자는 오래된 목소리에 대하여 물으러 온 것인데...”

문이 열리고, 클라우스의 녹색 눈은 어둠보다 더 어두운 가운데 있다. 나는 그 연극투의 말에서 기쁨과 반가움을 감지했다. 마물에 훨씬 더 가까워진 클라우스에게도 아직 인간적인 부분이 남아 있는 게 분명했다. 하지만 도대체 무슨 해설인가? 어쩌면 이 노인은 시간과 관련된 혼란에 휩싸여 있는지도.

“그것은 그가 아직 인간이었을 적, 종탑 옆에서 들었던 바로 그 목소리가 분명했다. 그대는 앞으로 나오라... 이제야 클라우스는 알게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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