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0월 28일 일요일

거미

여자는 몸 속에 물레를 숨기고 있었다. 여자의 장기는 실패가 되어가고 있었다. 여자는 여신에게 제발, 그만, 자기를 거두어달라 청했다. 여자를 가엾게 여긴 여신은 그 여자를 거미로 만들어 주었다. 어찌하여 그 보잘것없는 사람을 여신의 손으로 거두어주느냐 묻는 사람들에게 여신은, 그 여자가 감히 여신에게 도전하기에, 얼마나 주제 모르고 건방진 여자였는지를 온 누리와 모든 세대가 기억하게 하였다고 답했다.

실을 잣고 베를 짜는 여인들은 불행하다. 물레를 함부로 건드렸다가 백 년이나 가는 저주를 받아 불행하다. 목동과 사랑에 빠졌으나 일 년에 단 하루만 만날 수 있게 되어 불행하다. 아비의 거짓말 때문에 헛간의 지푸라기들을 황금으로 바꾸어 놓아야 할 처지가 되어 불행하고, 구혼자들을 물리치느라 낮 동안 애써 짠 베를 밤마다 풀어 헤치는 일이 불행하다.
그렇다면 노래하고 춤추고, 길을 떠나고 효를 행하고 친절을 베풀고, 먹고 마시고 울고 웃는, 나머지 여인들은 불행하지 않았던가.

모퉁이에서 마차가 무서운 속도로 돌아나온다. 나는 고삐를 쥔 이를 간신히 알아보고, 인사할 틈도 없이 마차는 지나가고 만다. 그러고 보면 그걸 마차라고 해도 좋을까? 마차를 끄는 짐승의 머리는 둘인데 다리는 지나치게 많았던 것 같다.

헤매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