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5월 7일 화요일

파다한 ― 28

“지다오 시거마?”

영경은 수확 없이 몇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명동. 명동은 전도하기 좋은 거리는 아니다. 외국인 여행객이 많기 때문에? 아니다. 영경에게는 몇 가지의 레파토리가 있었다. 시를 아십니까? 두 유 노 포에트리? 지다오 시거마? 시오 시테이마스카? 그러나 영경의 말을 들은 사람들은 인상을 찌푸리며 그냥 지나갔다. 알아 들은 것이 분명하다.

“시를 아십니까?”

별다른 복식을 갖추지도 않았다. 평범한 시장 양말. 스니커즈. 찢어지지 않은 청바지. 흰 티셔츠. 체크무늬 남방. 거리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패션이 아닌가? 다른 게 있다면 하이바, 하이바를 썼을 뿐이다. 그러나 뭐 무더운 날도 아니고. 하이바를 쓴 게 잘못이라고 볼 수는 없다. 영경은 명동 거리를 헤쳐나가야 하는 입장이었기 때문에 스스로를 보호할 최소한의 장치가 필요했을 뿐이다.

“지다오 시거마?”

침이 튀었는지 노점상인이 짜증스럽게 영경을 쳐다본다. 그는 회오리감자를 파는데, 언제부터인지 매상이 뚝뚝 떨어졌다. 계산해보니 시점이 비슷했다. 바로 저 전도쟁이 놈이 출현한 날부터지. 물론 이 구불구불하고 긴, 인간의 대장과도 같은 명동 거리에 전도쟁이 자체가 특이한 건 아니다. 잘못된 것도 없다. 상인이 물건을 팔듯 전도쟁이는 도를 판다. 하지만. 저놈은 아무것도 팔지 않으면서 이 거리를 더럽히고 있잖아? 지치지도 않으면서.

“지다오 시거마?”

어깨빵을 쓱 쓱 피하며, 영경은 사람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돌아오지 않는 질문이란. 혹여나 대답을 하는 이가 있다면 영경은 그 즉시 하이바를 내리고 뒷걸음질칠 것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그런 사람은 없다.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영경은 아무런 기대 없이 한 사람 한 사람 붙잡고 시를 아느냐고 물었다. 사람들은 시를 알지도 모르지도 못했다.

명동의 유령. 영경은 그런 이름으로 오르내리고 있었다, 명동 밖에서.

시를 읽거나 쓰는, 그리하여 결국 시를 알게 되거나 여전히 모르는 사람들은 명동에 찾아오지 않았다. 그들은 명동이 과거가 되어버렸다며 슬퍼했다. 영경은 아니었다. 영경으로 말할 것 같으면. 마침내 명동 거리를 사랑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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