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6월 2일 화요일

수상한 목함

우편함을 만든 뒤로 매일 광고 전단을 꺼내 소각장에 버리는 게 일과가 됐다. 쥐잡이는 잔뜩 쌓인 광고지 더미를 밟고 씹고 깔아뭉개는 느낌이 좋은 모양이다. 잘못해서 쥐잡이를 태워 버리지 않도록 조심해야 할 것이다. 한편 관은 오늘도 그놈의 통 앞에서 서성대고 있다. 모금통은 관이 어디서 무슨 소릴 듣고 온 건지, 어쩐다저쩐다 한참 부산을 떨다가 바로 어제 놓은 것이다. 종일 그 앞에서 기웃거리고, 뭘 적어서 넣고, 자꾸 여닫는다. 그렇게 지키고 있으면 무슨 맘이 들다가도 없어질 것이라 하자 뒷마당을 한바퀴 빙 돌아 다시 돌아오고 만다. 뭐 있겠어? 자네 돈이나 실컷 넣겠지. 맞아요. 그게 이걸 놓은 이유 중 하나죠. 내가 돈이 좀 넉넉히 있었으면 뭐 한 이삼십쯤 넣었을 거예요. 그보다 이거 보세요, 여기 이 메시지, ‘요옹’은 대체 뭘까요? 혹시 이사야가 넣은 거 아닐까요? 나는 머리가 이상해지기 직전인 듯한 관에게 보리차 한 잔을 따라 준다. 비 올 거 같으니까 오늘은 가서 쉬어. 이제 날도 더워지는데 뭐 맛있는 것도 챙겨 먹고. 관은 물맛이 참 좋다 하고, 알았다고 하고, 집으로 간다. 쥐잡이에 대해 말해 놓는 것을 깜빡했다. ‘요옹’은 관이 써 넣은 것인 줄 이미 알고 있다. 그러고 보면 제법 짜임새가 좋은 상자가 아닌가? 어디서 났을지, 아마도 오동나무 같은데. 멀리서 쥐잡이의 울음소리가 들리며, 짚이는 바가 있다.

헤매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