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6월 11일 목요일

화상 담당자가 유약함

“예?”

화들짝 놀란 그가 비스킷을 떨어뜨립니다. 비스킷 가루가 휘날려요.

“당신 말대로 우리는 연인이 아닌가요? 당신의 편이 되고 싶고 당신의 고민을 부수어 놓고 싶어요. 발에 채인 민들레 머리가 부서지듯이. 나는 발이 되고 싶어요. 눈물을 글썽이지 말아요. 양심적 당신. 당신께 저 행성은 원죄 같은 모양이지만, 죄는 사랑으로 척을 질 수 있다고 익히 들어 알아요. 그러니 함께 갑시다.”

당신은 조심스레 고개를 끄덕입니다.

“미안해요. 나 바보 같죠. 하지만 용기가 조금 생기는 것 같기도 해요. 대원들을 생각하면 어둠이 몰려오지만서도.”

“어둠은 빛과 별개의 것이 아니에요. 빛이 빠져나간 자리에 불과하죠.”

그가 내 팔 안으로 머리를 파묻으며 말합니다.

“알겠어요.”

내가 한 말이 진심인 걸 알았나봐요. 이제 당신은 눈물을 글썽이지 않습니다. 우리는 나란히 회의장으로 걸어갑니다. 자동문이 소리도 없이 열려요. 회의장 끝에는 금속성의 원탁이 하나 있고, 그것을 가운데로 다섯 명의 대원이 둘러앉아 있습니다. 작업복 차림의 대원들은 무언가 골똘히 생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행성에 대해 생각하고 있겠지요. 대장이 우리의 도착을 알아챕니다. 그는 손가락으로 테이블을 두드리고 있었어요. 화장실에 참 오래도 갔다온다고, 누가 비아냥거립니다. 로봇은 왜 달고 오느냐고 부대장이 퉁명스레 말합니다. 나는 다만 내 사람의 위장 상태가 좋지 않다고 말하고 자리에 앉은 그의 곁에 서 있습니다. 대장은 회의를 재개하고자 합니다.

헤매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