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7월 12일 일요일

정비공 대원

모두가 정비공 대원을 쳐다봅니다. 정비공 대원은 기다렸다는 듯 입을 열지만, 생각이 조금 엉켰는지 “주목, 주목할 만한,”이라는 말을 두어 번 꺼냈다가 씹어버리고 맙니다. 숨을 고른 다음에는 자신의 말을 궤도에 올려놓았지만요.

“주목할 만한 발견이란 것에는 토를 달 생각이 없습니다. 그러나 보고도 못 본 척하고 싶다는 것이 솔직한 내 마음입니다. 나는 정비공입니다. 기계의 작동 구조에 관해서는 여기 누구보다 더 잘 알아요. 저 행성은 지적 설계물입니다. 설계자는 신이거나 신적인 어떤 존재겠죠. 아닐 수가 없습니다. 청원합니다. 저거 건드리지 맙시다. 라디오를 맞닥뜨린 개가 한 번 빙 돌아 그것을 지나치듯이. 내 종교 때문에 이런 말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가 목울대를 걸걸하게 울린 다음 입을 엽니다.

“여기 여섯 명의 인간이 있습니다. 팔짱을 끼고 진지한 얼굴을 하고 있습니다만 속으로는 어떤 것이든 떠올리고 있을 테고, 무언가를 말해왔을 거고 개중에는 아무에게도 알리고 싶지 않은 은밀한 것이 숨어있을 겁니다. 여러분은 누가 그걸 알아내길 원합니까? 그런 어린애 욕망이 있어요? 은근히 발각되기를 바라는? 집어치워요. 생각은 무조건적, 무제한적인 자유여야만 해요. 언제나 어디서나 그러한 속성을 잃어버려선 안 돼요. 틀려요? 대규모의 재탐사대를 꾸려 저 행성을 연구한다고 칩시다. 어떻게 되겠습니까? 역설계하고 터득한 기술을 응용할 것 아닙니까? 그 결과에서 낙천적인 미래를 볼 수 있습니까? 따져봐요. 얻을 것은 무엇이죠. 잃을 것은 또 무엇이고 그것은 영영 잃게 됩니까? 내게는 오직 사악하고, 탐욕스런 미래만이 보여요. 알잖습니까 다들? 생각이란 어디까지나 인간 안에 있어야지 유익하다는 것 말입니다. 그래야만 생각이고, 생각이란 그래야 합니다. 희박한 확률일지언정 누가 내 생각을 읽을 수 있다는 생각이 당연히 여겨지는 세상에서는 아무도 신뢰할 수 없고 누굴 완전히 사랑할 수도 없습니다. 후회할 겁니다. 별은 불신의 씨앗이 될 것이고 인류 쇠퇴의 밑거름이 될 겁니다.”

정비공 대원은 대원들을 향해 시선을 옮기며 뜸을 들여요.

“솎아낼 수 있습니다. 우리가 말입니다. 보고는 올립니다. 다만 다른 보통의 별과 다를 바 없다고 합시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행동은 저 행성을 묻어두고, 인간이 역시 아주 작은 존재라는 것을 인식한 다음, 해왔던 것을 지속하는 일입니다.”

정비공 대원이 비타민 담배를 꺼내 불을 붙이고서 말합니다.

“내 얘긴 이걸로 끝입니다.”

회의실 안에 연기가 퍼져나가지만 다들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연기 속에는 인간의 몸에 좋은 물질이 잔뜩 포함되어 있으니까요. 정비공 대원은 담배를 피우면서도 말했다기 애매한 말들을 중얼거립니다. ‘하여간, 아무튼….’처럼 큰 의미 없이 자기 자신을 향하는 말들 말입니다. 다른 대원들은 금 막대기를 앙다문 것처럼 입을 움직이지 않습니다. 대장은 손으로 턱을 받치고서 뭔가 깊게 생각하는 듯 합니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 대장이 정비공 대원의 말에 크게 감명받은 것 같지는 않습니다. 어쩔까요? 나의 그이가 지금 말을 꺼내면 좋겠습니까? 정비공 대원의 말을 지지하고 있을 그이는 잔뜩 긴장해 있습니다. 사선으로 고개를 움찔대며 살금살금 내 눈치를 보고 있어요. 더 말할 사람이 없다면 그이는 힘을 실어주게 될 겁니다. 정비공 대원이 내 사람에게 친절을 베푼 적은 없지만요. 오히려 그 반대에 가까웠죠.

수의 무녀 - 입출력의 건 - 화상 담당자가 유약함 - 머릿속 사과, 우리 손에 들어온 - 정비공 대원 - 갑론을박 - 양가감정 - 윤리의 감각

헤매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