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7월 30일 목요일

야쿠자

눈을 떠보니 얻어맞고 있었다. 기둥 같은 무엇에 두 팔과 몸뚱이가 결박된 채로. 나를 실컷 때리던 남자는 쪼그려 앉아 숨을 고르며 내게 말했다. “너 말이야, 오야붕의 말씀을 거역하면 어떻게 되는지 모르는 건 아니었잖아. 그런데 왜 그랬어, 앙?” 안 그래도 험악한 얼굴이 구겨져서 더 험악해 보였다. 그런데, 오야붕이라니 무슨 소리지? “이 자식, 술잔을 돌려주겠다고? 죽지도 못하게 해줄까!” 술잔? 도대체 무슨 소리야? 나는 붓고 터진 입술을 움직여 겨우 말했다. 내가 누구냐고. “네가 누구냐니, 이 새끼 지금 무슨 수작이야. 곱게 죽기 싫어? 몸에서 살을 다 발라버릴 때까지 죽지 못하게 해줄까? 너무 많이 맞아서 머리가 어떻게 된 거냐, 응? 야쿠자면 야쿠자답게 곤조*라도 있어라.” 잠깐, 내가 야쿠자? 눈뜨니 야쿠자가 되어 있다? 내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넋을 놓고 있으니, 남자는 한숨을 내쉬며 내 뺨을 살살, 기분 나쁘게 때렸다. 그러고는 내가 누구인지를 말해주었다. 그의 말에 따르자면 나는 거대 야쿠자 조직 내 유력 지파의 일원이었고, 한 핏줄과도 같은 의형제와 함께 라이벌 지파의 조직원 몇 명을 처리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그런데 수행 당일 갑자기 계획이 변경되었다며 대기하라는 지시가 새로 내려왔다. 나의 형제는 이미 현장으로 떠난 뒤였다. 형제는 혼자 현장에서 분투하다가 죽을 게 분명했다. 나는 형제를 혼자 둘 수 없어 지시를 어기고 형제가 떠난 곳으로 향했다. 그러려 했다. 얼마 가지도 못해 같은 조직원들에게 붙잡혔다. 그리고 오야붕의 지시를 어긴 대가로 이 창고에 갇히게 된 것이다. 시체가 되거나 멀쩡하지 않은 상태로만 나올 수 있는 악명 높은 창고에. 결국 숙청당할 대상은 라이벌 지파의 조직원들이 아니라 우리였고, 나는 그 숙청 대상에서 제외가 되었을 뿐이었던 것이다. 이것이 아까 전까지 나를 때리고 있던 형님이 나에게 말해준 나의 전말이다. 내가 나도 모르는 사이에 야쿠자가 되었었다니. 내가 기억하는 나는 아무도 없는 공터에 혼자 있는 소년이었는데. 공을 던져도 받아줄 친구가 없어 벽에 공을 던지고 줍고를 반복하다가 석양에 그림자가 길어지면 밥 먹으러 가던 어린 친구였는데. 나도 모르는 사이에 야구 방망이를 엉뚱한 곳에 사용하고 있었구나. 나는 내 운명조차 알 수가 없었구나. 인생 참 어렵다, 그렇지? 나는 울면서 이야기를 들었다. 그리고 물었다. “제가 야쿠자인 것은 이제 알겠어요. 그러면 이제 나는 무엇이 되죠?”


*こんじょう.

헤매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