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7월 23일 목요일

갑론을박

그때 누가 입을 엽니다. 정비공 대원의 오른편, 두 칸 떨어진 자리에 앉은 연구자 대원입니다. 그에 관해서는 말할 게 별로 없습니다. 그리 중요한 사람도 아니고요. 여기 내게 중요한 사람은 한 명뿐입니다.

“정비공 대원과 비슷한 생각입니다. 예컨대 저 별을, 혹은 저런 기술을 개인이나 집단이 독점한다고 가정해봅시다. 그렇게 필요에 따라 개인의 생각을 들여다본다고 가정해보자고요. 이것이 정치적 폭압의 도구로 사용되지 않는다고 누가 단언할 수 있습니까?”

그의 말을 시작으로 하나둘 의견을 꺼내기 시작합니다.

“듣자 하니 아까부터 비약이 심해요. 평소에 무슨 생각을 하기에 그렇게들 두려워하는지 이해가 안 됩니다. 분명 두 대원의 말대로 악용될 소지가 있고, 서로를 못 믿게 되고 하여튼 안 좋게 끝날 여지를 줄 수도 있습니다. 근데 그게 중요하냐고요. 문제는 언제나 있어요. 그러나 미래에도 여전히 문제일지 우리는 몰라요. 나는 저 행성을 연구하여 인류 발전을 앞당길 수 있다고 믿어요. 발전의 정체를 해소할 수 있다고 믿어요.”

“동의합니다. 사실에 집중해봅시다. 누구의 작품이든 간에 저 행성에 깃든 기술은 경이로운 거예요. 그리고 저것 또한 세계의 일부입니다. 옛적부터 우리는 자연에서 배웠고 그 덕택에 발전했어요. 저 별의 기술을 배움으로써 더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는 생각 못 합니까? 한번 되돌아봐요. 원하지 않아도 가지기를 멈출 수 없는 우리의 역사를요. 우리의 역사는 진보의 역사이고 언제나 그 과정 중에 있어요. 물러설지언정 왔던 길로 되돌아가지는 않았어요.”

생각에 잠겨 있던 기록서기 대원이 조심스레 입을 열고 말합니다.

“의문이 계속 생깁니다. 생각이라고 일컫는 활동이 우리 몸 내부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 우리는 단지 빌려올 뿐으로. 저 행성의 존재가 그것을 의미하고 있지는 않나? 어제의 가설이 틀린 가설이라면. 행성이 우리의 생각을 수집하는 것이 아니라면. 생각이 이미 우주를 점유하고 있고 수집하는 것이 우리라면? 재현이 앞이고 우리가 뒤라면. 실험을 시도해볼 수도 있습니다. 내가 저 별에 착륙해 걷기 시작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누군가의 머릿속에 내가 떠오르고, 이내 걷기 시작할까요? 만약 저 별에 소행성이 충돌한다면. 핵탄두로 저 별을 파괴한다면. 인간은 생각할 수 없게 되는 것일까요?”

“실험 같은 건 안 합니다.”

대장이 단호하게 말합니다.

“우리 몫이 아닙니다. 보고하지 않을 이유도 없습니다. 어제와 오늘 얘기를 많이 나눈 것 같습니다. 이쯤 하고 보고 절차에 들어갈 것입니다. 늘 하던 것처럼 회의록을 첨부하겠습니다.”

그제서야 내 앞에 있는 나의 사람이 번쩍 손을 들어 올립니다. 시선이 쏠리자 호감을 주려는 듯 어색하게 헤헤 웃는 그는 오히려 한없이 어수룩해 보입니다.

“제게도 말할 기회를 주시겠습니까?”

그의 목덜미가 축축하게 젖어 있습니다.

수의 무녀 - 입출력의 건 - 화상 담당자가 유약함 - 머릿속 사과, 우리 손에 들어온 - 정비공 대원 - 갑론을박 - 양가감정 - 윤리의 감각

헤매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