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7월 28일 화요일

윤리의 감각

여기 모인 대원들은 그에게 자주 윽박지르고는 했지요. 그가 어리기 때문이 아닙니다. 그는 그렇게 되는 사람이었어요. 무엇이든 적응을 어려워하고 타인과의 거리를 제대로 가늠할 수 없는 사람. 괜스레 생각만 많아져서, 그 생각이 자신의 안과 밖을 검게 물들여 가고 있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 자기 자신에 대해 생각할 때면 언제나 자신이 가장 보잘것없는 일을 하고 있다고 믿어버리는 사람. 다가올 내일을 두려워하며 지나간 지난날에 골몰하다가 사실 그때 죽었으면 어떨까 자주 생각하는 사람.

그럴 때마다 저 별에도 우두커니 죽기를 바라는 사람이 나타났을 테지요.

그는 그러나 하려던 말을 물리치지는 않습니다. 그는 제 나름의 표정을 지어요. 이 사람은 그가 가끔 내게 보여주었던 모습, 이 사람을 좋아하게끔 만들어 주었던 그런 모습을 지금 다른 사람들에게도 보여주려고 하고 있어요.

“여기서 회의를 끝낼 수는 없어요. 회의가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알아요. 판단은 우리의 것이 아니죠. 우리는 일개 탐사대원에 불과하고 우리에게는 따르도록 되어 있는 명령 체계가 있으니까. 그러나 우리는 입장을 가질 수 있어요. 나는 내 입장, 내 말이 첨부될 회의록에 기록되기를 원합니다. 판단 주체가 듣거나 읽을 수 있게요.”

일단은 다들 듣고 있습니다.

“저 별과 별의 행위가 파악된 지금, 내가 느끼고 있는 경악과 충격은 단지 그 기술력 때문만은 아닙니다. 대원들 의견을 귀담아들었습니다만, 저것을 어떻게 쓰겠다느니 하는 것은 모두 부차적인 문제입니다. 그런 논의를 하기 전에 해야 할 것이 있지 않나요? 필요한 것은 윤리의 감각입니다. ‘생각한다’는 의식적-무의식적 행위를 통해 생각 속 객체가 실재하고 또 관측된다는 것은 이 윤리의 감각을 제하고서는 논의하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저것이 우리와 쌍을 이루고 있는 현실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저것을 윤리로 감각해야 합니다.”

수의 무녀 - 입출력의 건 - 화상 담당자가 유약함 - 머릿속 사과, 우리 손에 들어온 - 정비공 대원 - 갑론을박 - 양가감정 - 윤리의 감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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