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7월 1일 수요일

머릿속 사과, 우리 손에 들어온

“회의를 재개합니다. 화상 담당자는 스크린을 띄우고 Jasper-33a에 좌표축을 맞추어 주세요.”

그이가 조정간으로 가 단추 몇 개를 누릅니다. 허공으로부터 홀로그램 스크린이 쥐어뜯기듯 벌어져 나옵니다. 불쾌한 푸른색의 스크린 속에 그가 말했던 쥐색 행성이 대문짝만한 크기로 나타납니다. 사진으로 보았을 때는 잘 몰랐습니다. 행성은 아름답기를 포기한 것처럼 우두커니 칙칙한 색빛입니다. 사람 눈에는 다르게 보일까요? 순식간에 나는 저것을 불신합니다.

대장이 말을 이어나갑니다.

“Jasper-33a는 지금도 작동하고 있습니다. 활화산처럼 왕성하게요. 알다시피 저것은 지구와 관계 맺고 있습니다. 정확히는 인간과 관계 맺고 있는 것인데, 요는 인류의 생각을 저장한 다음 행성 표면에 투사한다는 것입니다. 일등 탐험 대원, 가져온 것을 이리로.”

일등 탐험 대원은 표본봉투 하나를 가져와 테이블 위에 올려놓습니다. 그 안에는 흔히 볼 수 있는 보통의 사과 한 알이 들어 있습니다.

“일등 탐험 대원이 저 행성에서 노획한 사과입니다. 누가 머릿속으로 생각한 사과겠죠. 우리들의 장비로 조사해본 결과, 유기분자구조는 물론 무기성분 조성 칼륨(K) 57%, 인(P) 17%, 칼슘(Ca) 10%, 이하 구성 원소까지 지구의 사과와 완전히 일치합니다. 이것은 의심할 바 없는 사과입니다. 사과가 그렇듯 맛도 좋을 것입니다.”

“아삭아삭하겠죠.”

일등 탐험 대원이 중얼거립니다. 대장은 그저 입술을 한번 오므리고 맙니다. 그것이 일등 탐험 대원의 말에 대한 반응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우리가 알게 된 것은 생각이라는 것이 현실의 어떤 공간을 점유하고 있는 물리적 실체라는 것입니다. 은하와 행성을 막론하고 처음 발견한 경이입니다. 천문사, 아니 과학사에 길이 남을 발견입니다. 우리들, 우주선의 이름이 영속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나는 이 행성의 존재를 조기에 보고하고 조기에 귀환하여 대규모의 공학자와 과학자를 동원해 연구 및 재탐사를 요청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떻게들 생각합니까? 빠르고 간략하게 부탁합니다.”

대장의 말이 끝나자마자 걸걸한 목소리 하나가 튀어나옵니다.

“께름칙합니다.”

망부석처럼 단단해 뵈는 그의 팔뚝이 테이블 위를 바쁘게 움직입니다. 팔뚝이 움직일 때마다 그의 목에 걸린 조그마한 나무 십자가가 흔들립니다.

“흉측하다 이겁니다.”

내가 알기로 그는 정비공 대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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