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7월 8일 수요일

인력 관리자


인간을 만드는 중이다. 일터에 보내려고. 신생 SNS 스타트업에서 인력 요청을 해왔다. 사람이 바글바글한 것처럼 보여야 사람이 바글바글해지는데, 초기 가입자가 부족하단다. 일단 3천 명가량 만들어서 가입시켰다. 이 가짜 인간들은 이제 웹을 떠돌아다니며 다른 사람들이 올려놓은 데이터를 무단으로 수집한 뒤에 자신의 글과 사진인 양 올릴 것이다.
내가 일하는 곳은 말하자면 인력 사무소에 가깝다. 사람이 필요한 곳에 사람을 보내는 게 우리의 일이다. 일반적인 인력 사무소는 진짜 인간을 파견하지만 우리는 가짜 인간을 파견한다는 점이 차이라면 차이다. 우리는 가짜 인간이 필요한 사이버 장소, 단체라면 어디든 가리지 않고 보낸다. 포털 정치 기사에 댓글을 다는데 화력이 부족하다? 우리를 부르면 된다. SNS에서 다른 성향이랑 싸우는데 화력이 부족하다? 우리를 부르면 된다. 성인 불륜 사이트에 여성 회원의 수가 부족하다? 우리를 부르면 된다. 온갖 데이터를 도용하고 변형하고 재생성하여 대충 봐선 진짜 인간인지 아닌지 구분하기 힘든 가짜 인간을 만들고 관리하는 게 우리의 일이다. 정치적으로 좌파든 우파든, 대의적으로 옳은 일이든 옳지 않은 일이든 그야말로 좌우지간에 돈만 주면 얼마든지 인간을 보내줄 수 있다. 그래봐야 가짜 인간일 뿐 아니냐고? 이미 가짜 인간과 가짜 사회에서 숱한 시간을 보낸 당신이 할 소리는 아닌 것 같다.
곧 다가올 사회는 점점 더 가짜 사람을 기반으로 형성될 것이 분명하니, 가짜 사람이 되는 법을 배워두는 게 좋을 것이다*. 불쌍한 진짜 인간을 위해 진짜 정보를 주고 말았다, 으흠!








*“요즘에는 위조 인간들을 파는 산업까지 생겼다. <뉴욕 타임스>의 보도에 따르면, 2018년 초 트위터에서 최초 2만5000명의 가짜 팔로워를 모으는 데 225달러가 들었다. 그 가짜 계정들은 실존하는 사람들의 자료를 조금씩 가져다가 만든 것이어서 얼핏 보기에는 진짜 같다. 연예인, 사업체, 정치인, 그리고 사이버 세계의 몹쓸 놈들처럼 현대적인 고객층 모두 ‘가짜 사람’ 공장을 이용한다. 가짜 사람들을 만드는 회사들 역시 가짜인 경우가 많다. (…) 만일 사회가 가짜 사람을 기반으로 만들어진다면, 자기 자신이 가짜 사람이 되는 법부터 배워야 할 것이다.” -재런 러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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