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7월 29일 수요일

화염구 캐치볼

잘 단련된 마법사들은 화염구 쓰는 것 하나만 봐도 그 역량을 넉넉히 파악할 수 있다. 구속(pitch speed)은 물론 회전을 싣느냐 마느냐, 직선으로 묵직하게 때려 박을 것이냐 측면 혹은 위아래로 휘게 만들 것이냐 하는 모든 방면에 마법사의 재능과 경험이 반영된다. 마법을 이해하고 응용하는 일에 예민한 게임 센스가 필요하다는 점에 비추어 볼 때, 대다수의 마법사들이 노는 날이면 오손도손 모여 화염구 캐치볼을 한다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화염구를 받아내는 것도 좋은 훈련이 된다. 초기에는 마력을 이용한 원격 조종 능력을 훈련할 요량으로 마법의 손을 사용했다. 마법의 손은 마력으로 이루어진 커다란 손을 불러내는 마법으로 마법사의 의지대로 움직이고 원하는 동작을 취할 수 있다. 마법사들은 마법의 손으로 날아오는 화염구를 움켜잡았다(그래서 캐치볼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그러나 마법사들의 실력이 상향 평준화됨에 따라 마법의 손으로는 화염구를 받아내기 어려워졌다. 화염구가 거의 무한히 강해질 수 있는 데 반해 마법의 손은 성장 한계가 명확했던 것이다. 너무 빨라서 맞아 죽고 마법의 손을 뚫고 들어오는 화염구에 불타 죽고 하면서 마법의 손을 사용하는 캐치볼은 이제 마법 노인정에서나 볼 수 있게 되었다.

이후 다양한 실천적 실험단계가 있었다. 주문 반사나 역재생 마법으로 지근거리에서 튕겨내 상대에게 돌려주는 유형(자연스런 공수전환)이 있었고 감속 마법이나 시간 지연 마법으로 속도를 늦추는 유형도 시선을 끌었다. 몸에 보호막을 두른 다음 몸을 던져 잡아내는 유형이 컬트적인 인기를 끌었으나 마법의 손과 같은 이유로 이내 사라졌다.

오늘날에는 다양한 유형이 공존하며 취향껏 화염구를 주고 받는다. 비록 ‘잡는다’는 의미는 많이 사라져버렸지만 말이다. 앞으로는 어떻게 될까? 마법의 손의 상위 마법인 타오르는 손을 사용하는 형태가 유행 조짐을 보이고 있다. 타오르는 손은 이미 불타고 있어서 화염이나 폭발에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최근 많은 아카데미에서 화염구 캐치볼을 전교생의 공통필수 과목으로 지정하려고 한다. 이미 시범 교과목으로 편성된 아카데미도 있는데 학생들의 반응이 아주 좋다고 들었다. 자신과 자신의 연장을 다루는 일은 즐겁다. 즐거움을 타인과 공유하는 것은 기쁘다. 화염구 캐치볼은 즐겁고 기쁜 행위고, 마법사들은 화염구 캐치볼을 사랑한다. 어제도 많은 마법사들이 뒤뜰이며 공터에서 화염구를 주고 받았다. 살갑고 진지한 얼굴로. 언제 타 죽더라도 괜찮다는 얼굴을 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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