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8월 5일 금요일

너와 함께 먹기 같은 것

국물이 끓고 있다.
아무도 손대지 않은 계란 하나와 함께.
서 있던 종업원이 길게 하품할 때쯤
“우리 이거 나눠 먹을까?
얼른 먹고 볶음밥 시킬까?”
나는 숟가락을 들고 이리저리 계란을 굴린다.
너는 계란을 좋아하고 국물에 빠진 계란은 더 좋아한다.
계란은 하얗고 동그란데 아주 동그란 것도 아니어서
“내 생각에 삶은…
계란이야,”
그래서 살아가는 나도 사랑할 수밖에 없다.
(이럴 때마다 너는 실없다고, 웃기지 말라고 한다)
어떻게 나눠 먹을 것인가? 어디를 찔러야 반으로 갈라질 것인가?
계란 하나를 앞에 놓고 우리는 생각에 잠긴다.
절반을 분간하기 어렵고 잘못 가르면 전체적으로 무너진다는 생각, 누르면 미끄러지다가도 찌르면 빗나간다는 생각, 생각은 부서지고 부스러진다. 바닥에 일부 잠기고 어느새 다 잠겨서 풀어져버린다.
종업원은 냄비를 들고 주방으로 들어간다. 국물에 밥을 볶아 테이블로 가져온다. 아까의 계란은 흔적도 없고 날치알과 모짜렐라 치즈, 김 가루가 뿌려져 있다. 이미 먹은 것과 비슷하지만 분명 달라진 맛. 사실은 이 맛에 여길 온다. 볶음밥은 정말 맛있으니까.
“그렇게 세게 긁으시면 냄비 상해요,”
종업원의 주의를 듣기도 하지만 입속에 퍼지는 부드러운 압박이 좋다. 조금씩 삼키면 무언가 목 뒤로 넘어가는 것 같다. 이제 아무것도 없는데 여전히 뭔가 먹고 있는 것 같다.
“배 안 불러?”
웃으며 너는 묻는다.
맛있냐고, 혼자서 뭘 그렇게 먹냐고. 있으면 좀 같이 먹자고.
나는 빈 입을 보여주며 아무것도 아니야,
정말로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하는데
“아무것도 아닌 게 있어?
정말 아무것도 아닌 게?”
너는 자신의 질문을 숟가락 위에 올려놓는다.
눌러도 미끄러지지 않으며 찔러도 빗나가지 않는 표정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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