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는 스스로 피부를 벗기고
피부를 벗겨버린 여자가 된다
이것이 그의 결정
여기까지가 그의 결정
피부를 동그랗게 벗긴 것도 아닌데
그냥 동그란 환부 위를
뒹구는 세모난 아픔
뭐라 말할 수 없는 모양 하루
찬장의 약통을 털어서
도움이 될 만한 연고를 바른다
대부분 이삼 년씩 유통기한이 지난 것들
이 물질을 발라도
큰 도움은 되지 않을 거다
네모나게 닫힌 차마
바라는 바대로 이루어질 순 없겠지요
그는 인생이 동그랗게
아주 동그랗게 말려 있다고 느낀다
도르르 말린 인생의 양 끝을
손으로 잡아당긴다
한껏 늘어난 인생이
끊어질 때까지
끊어져도 과연
계속될 때까지
여자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잠시 후엔 영원한 생활이
여자의 친구입니다.
그는 나로 하여금
자신의 선택을
존중하게 만든다
모든 좋은 이야기는
여기에 반드시
죽음에서 일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