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8월 10일 토요일

앨범

최근에 어떤 일이 있었는데, 그 일은 이상하게 잊어버리기가 힘든 일이다. 어이가 없기도 하고, 그러고 보면 그 일이 일어나기 전에 어이없이 좋은 일이 일어나기도 했다. 물론 그 어이없는 일이 정말 내가 지금 살아온 방향과 아무 관련 없이 일어난 일은 아닐 것이다. 나는 그 길로 가고 있었고 그 와중에 어이없이 좋은 일이 일어났다. 아무튼 그 어이없이 일어난 좋은 일이 정말 좋은 일인지 완전히 밝혀진 건 아니다. 아직 진행 중이다. 어디로 갈지는 알 수 없다. 최근에 겪은 어떤 일은 지금 생각해도 어이가 없다. 근데 더 어이가 없는 건 내가 뭔가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서, 내가 실수를 했다고 생각하기보다는 중간에 무언가 배달이 안 되었거나, 내 이름과 다른 사람의 이름이 실수로 바뀌었거나 그렇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잘못된 건 없다. 그냥 내가 그걸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뿐이다.

며칠 전에 앨범 커버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A는 자신은 앨범 커버가 별로면 음악이 궁금하지도 않다고 했다. 나는 A가 이것도 별로고 저것도 별로고 그런 식으로 커버를 보고 음악을 고르는 걸 보고, 또 어떤 음악을 고르는지도 봤다. 그건 A의 취향이고 기준이다. 나도 앨범 커버를 본다. 근데 내가 앨범 커버를 볼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그냥 디자인이 내 마음에 드냐 아니냐가 아니라 그 앨범을 다시 한번 봤을 때도 좋을까 하는 것이다. 그 앨범을 한 번 듣고 말 것이 아닐 것 같기 때문이다. 계속 들어도, 계속 들어도, 계속 마음에 들 것 같은 앨범 커버 말이다. 그건 한 번에 알 수가 없다. 내가 좋아하는 앨범 커버는 대체로 처음에는 큰 인상이 없는 것 같다. 심심하다고 할 수도 있다. A는 아마도 그런 앨범 커버는 그냥 걸렀을 것이다. 그게 그 사람의 기준인데, 나도 내 기준이 있고, 누구의 기준이 더 좋다고는 할 수 없다. 아무튼 나는 A가 어떤 앨범 커버를 거르는 걸 보면서, 아...... 저 앨범 커버에 한 번만 더 기회를 줬으면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내가 어쩔 수가 없는 일이다.  

 

헤매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