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12일 목요일

좀비를 위한 돌림노래

  비틀거리는 검은 머리

  그 속에서 탈출하려는 감각이

  이빨처럼 돋아난다

  텅 빈 시선으로 닫히는 너의 세계


  허기를 따라가다 엎어진

  차가운 짐승을 쓰다듬을 때

  나는 무언가를 약속했고


  살과 삶을 떼어내며 

  사이좋게 나눠 가지는 침묵도

  부패할 수밖에 없겠지만


  너는 으르렁, 노래를 부르고


  침대 위에 올려놓은

  침 흘리는 얼굴 하나


  나를 한번 따라 해볼래?


  목젖 속 짐승이 부르는

  노래에 맞춰 일렁이는 

  우리의 실루엣


  살아있어? 


  그래도 네가 네가 아니라는 것은

  진실이 아니고


  너는 너를 찾는 너의 무리 속으로

  나가고 싶어 하지만


  나는 우리를 사랑하고 싶다


  입에서 입으로 온기를

  심을 수 있을 것 같은 밤


  혼자 하려니 무섭지?


  심장이 썩는 속도만큼이나

  사랑은 느리게 스며들고


  나는 떠미는 법을 잊어버려 자꾸만 네게 네 몸을 돌려주려 한다 덮을수록 더욱 차가워지지만 네게 남은 것인데, 이 몸은 어쩌지

  나는 아직 눈동자 속에 담겨 있는 너를 위해 노래를 부른다 죽어 있는 순간은 처음이라 오랜 시간 네 몸 위로 너를 토했지 너는 


  우리의 포옹이 속삭인다

  알아들을 수 있거나 알아들을 수 없는 말들로

  이상하게도 부패는 상냥했고


  누가 도망가지 않아도 되는 아침이 왔다

  몸이 춥고 배고픈 것이 느껴져 좋은 기분


  이제는 안에 있던 것들이 바깥으로 나가야 하는 시간 나는 위험한 우리를 사랑하고 싶어서 창문을 열었다 떨어진 유리알같이 조금씩 깨지고 있는 세계


  멀리 굴러갔던 몸들이 모여 있네 그래도 여전히 세계는 그저 세계일 뿐 그저 너의 노래가 흐르고 사람들은 도망가고 있는 세계 우리는 손에서 손으로 우리를 건넨다 가볍고 따뜻한 침묵으로부터 몸이 몸을 배반하는 미래로부터 배부르고 따듯해지기 않기 위해 그저 우리는 비명을 지르며 손을 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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