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월 16일 토요일

까마귀

스피커는 호흡을 가다듬고 손을 들어 올렸다. 그 자신의 경험으로, 힘을 조절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우발적으로 사용해왔기 때문에 더욱 그랬다. 이번에는 그러고 싶지 않았다. 게친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았다. 마침 어디서 새 우는 소리가 들렸다. ‘잘 됐다’고 스피커는 생각했다. 스피커의 손바닥이 하늘로 향했다. 스피커가 손을 움켜쥐자, 천천히 움켜쥔 손으로부터 붉고 찐득한 액체가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이윽고 다른 한 손이 오그라들었다. ‘아차.’ 작고 약한 새알을 터뜨린 듯이, 스피커의 손으로부터 붉은 것이 터져 나왔다. 끈적거리는 방울진 것이 게친의 로브에 튀었다. 멀지 않은 곳에서 까마귀 두 마리가 시차를 두고 떨어졌다.

게친은 그것을 심각한 얼굴로 보고 있었다. 어쩐지 죄스러운 마음이 들어서, 스피커는 오므린 두 손을 등 뒤로 감췄다. 그리고 기이한 일이 일어났는데, 게친이 오른손 검지와 중지로 허공을 당기자 스피커의 손이 앞으로 당겨져 게친에게 내보여진 것이다.

무슨 일이 일어났느냐고, 피칠갑을 한 손을 보며 게친이 물었다.

들은 소리로 죽일 수 있다고 스피커가 말했다.

다 죽일 수도 있었을 텐데, 그러지는 않았구나.

누구를요?

모든 사람을.

게친은 스피커의 손을 이끌어 까마귀가 떨어진 곳으로 갔다. 둘은 작은 구멍을 파 까마귀를 묻고 돌로 덮었다. 게친이 또다시 허공을, 왼손이 밀고, 오른손은 당기자 스피커는 흙 묻은 손을 내려다보는 모양새가 되었다.

네게는 장갑이 필요하겠어.

다음 날, 게친은 루틀리지를 데리고 왔다.

헤매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