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월 28일 목요일

무너진 병원

의자 앞에 책상이 있다. 책상 위에는 귤이 몇 개 들어 있는 은색 그릇이 있다. 귤을 까먹으면서 나는 작업을 했다. 얼마 전 근처에 있는 병원이 무너졌다는 소식을 들었다. 나는 의자에 앉아서 무너진 병원에 대해 생각했다. 인명 피해는 없었다고 한다. 작업이 좀처럼 진행되질 않았다. 
무너진 병원으로 인해 생긴 손해는 컸을 것이다. 그리고 그 소식은 뉴스에 나오고 이 나라에 알려졌을 것이다. 나는 뉴스를 보지 않아서 그 소식이 얼마만큼 대서특필되었는지는 모른다. 잠시 생각에 열중해 있을 무렵 고양이가 내 책상 위로 올라왔다. 고양이를 쓰다듬으면서 문득 나는 게으른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고양이는 나에게 뭘 감추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무너진 병원 앞에 취재하러 나온 사람들이 TV에서 나오고 있었다. 뉴스를 보는 건 오랜만의 일이다. 작은 크랜베리 파이를 입에 넣으면서 나는 그 소식을 듣고 있었다. 일반적으로 소식을 전해 듣는 건 대부분의 경우가 그렇듯 미디어를 통해서이다. 그게 아니라면 주위의 사람들에게 소식을 듣는다. 뉴스를 보지 않는 나는 그렇게 다른 사람에게 소식을 전해 듣는 일을 좋아했다. 오늘 TV를 튼 이유는 내가 너무 게으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내일쯤 우리 집으로 놀러오겠다는 사람이 있었다. 나는 의자 위에 앉아 그 사람에 대한 생각을 했다. 그 사람은 무너진 병원에 대해 알고 있을까. 다른 사람의 입을 통해 이 세계 전반에 관한 소식을 전해 듣는 건 소설을 읽는 것과 같이 재미 있는 일이었다. 나는 무너진 병원에 관한 이야기를 그 사람의 입을 통해 자세히 듣고 싶었다.
그 사람이 우리 집으로 놀러온 지가 두 달이 되었을 무렵이다. 그때 나는 그 사람과 뉴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나는 뉴스를 싫어하는 편이지만 왜 싫어하는 것인지는 몰랐다. 그 이유에 대해 알려주겠다면서 그 사람은 파이를 준비해 놓으라고 말했다. 파이 위에 올라가는 고명은 어느 것이든 상관없다고 했다. 넌 파이를 맛있게 굽는다면서.
담소의 시간이 지나고 책상 위에 올라온 고양이를 묵묵히 만지면서 나는 언제 최초로 무너진 병원에 대한 소식을 들었는지 의문이 생겼다. 아마 다른 사람들의 틈바구니에 껴서 그 소식을 들었을 것이다. 나는 뉴스를 보지 않으니까.
얼마 전 우리 집에 놀러 와 내가 만든 파이를 먹은 그 사람은 무너진 병원 건물 터에 실제로 가 보았다고 말했다. 내가 너무 게으른 것 같다는 생각에 빠져 있던 나는 그 사람이 무척이나 나와 다른 세계에 있는 사람인 것처럼 느껴졌다. 나라면 그런 소식만 전해 듣지 현장에 직접 찾아가지는 않았을 텐데. 그곳을 나에게 묘사하는 그 사람의 눈은 어떤 열의를 담고 있는 것 같았다.
나는 TV를 끄고 그 사람과는 반대로 내 생각 속의 열기들을 지워 없애려고 노력했다. 나는 그 사람이 무너진 병원 터에 찾아갔던 이유에 대해 궁금증이 들었다. 그 사람은 그 이유에 대해 나에게 설명하지 않았다.
아마도 근처에 무슨 볼일이 생겨서. 으레 어떤 일이 일어난 직후에 흔적이 남는 것처럼. 그 흔적들로 가득한. 그 흔적들밖에 없는. 그런 장소를 미연에 생각하다가 찾아가게 된 것이 아닐까. 그 사람이 내일 우리 집에 놀러온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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