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3월 7일 월요일

헤매기 업무

저장고의 문은 무겁고 안쪽은 어둡다. 빛은 문간 몇 발짝에서 더 뻗쳐오르지 못한다. 숨을 잠시 멈췄다가 저장고의 공기를 들이마신다. 나는 이 냄새를 좋아하지도 싫어하지도 않는다고 괜히 되뇌자, ‘살았던 적 없기 때문에 죽지도 않는 것들의...’ 그런 비슷한 구절이 떠오른다. 이 냄새는 건강에 좋을 것 같지 않다. 그것은 건조하고 서늘하다. 나는 이 냄새를 사랑한다. 쥐잡이를 불러본다. 대답은 없다. 안에 있었다면 허리띠의 무지갯빛이 먼저 보였을 것이다. 현황판에 내걸린 표패의 수를 두 번 센 뒤 나는 어두운 저장고 안으로 한 발 내딛는다. 이것은 헤매기 업무다.

죽도록 일하게 시키면서, 죽도록 일하고 싶지 않다면 알아야 한다고들 한다. 뭘 알아? 알지 못하면 죽으란 거냐? 죽도록 일하게 시키며? 알려주지 않고 죽인다, 죽은 것은 알지 못한 네 탓이다, 사회라는 것이 이런 식이다, 돌아가는 꼴을 겪으며, 이 생각이 점점 강해진다, 죽고 싶을 정도로 불쾌하다, 세상사의 전개를 더는 보고 싶지 않다, 예전엔 뭐가 어떻게 될까 궁금하다는 것이 조금은 있었다, 지금으로선 하나도 알고 싶지 않다, 선대도 다들 이런 시간을 지나서 거기에 있는 것이겠지? 개 좆이다, 쓰레기세상의 인간쓰레기들, 오랜만에 그런 젊은이 같은 생각을 하면서 나는 어두운 저장고 속에서 헤맨다. 절대 죽지 않을 것이다, 절대 죽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알지도 않을 것이다, 알지 않을 것이다... 나는 일하고 있다. 이것이다. 나는 한참을 더듬다가 하나를 꺼낸다.

저장고의 문은 무겁고 안쪽은 어둡다. 쥐잡이를 불러본다. 안에 있었다면 허리띠의 무지갯빛이 먼저 보였을 것이다. 숨을 잠시 멈췄다가 저장고의 공기를 들이마신다. 이 냄새는 건강에 좋을 것 같지 않다. 빛은 문간 몇 발짝에서 더 뻗쳐오르지 못한다. 현황판에 내걸린 표패의 수를 두 번 센 뒤 나는 어두운 저장고 안으로 한 발 내딛는다. ‘살았던 적 없기 때문에 죽지도 않는 것들의...’ 그런 비슷한 구절이 떠오른다. 나는 이 냄새를 좋아하지도 싫어하지도 않는다고 괜히 되뇌자, 나는 이 냄새를 사랑한다. 대답은 없다. 그것은 건조하고 서늘하다. 이것은 헤매기 업무다.

죽도록 일하게...

헤매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