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3월 21일 월요일

기사들의 무덤

평소보다 좁은 공원의 길을 걸으며 나는 기사들의 무덤으로 향했다. 왜 길이 좁은 것일까? 그것은 무덤에 안장된 기사들(죽은)이 내가 접근하는 것을 바라지 않아 염으로 길을 구부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나를 싫어한다. 그러나 이미 죽은 그들은 산 사람인 내게 어느 정도 이상의 간섭이 불가능하다. 나는 마음껏(좀 불편하지만) 무덤가에 앉아서 샌드위치를 먹을 수 있다. 지금도 그러고 있는데, 안장되어 있는 그들의 막내뻘의 기사가 흙더미를 제치고―동료들에게 떠밀린 모양인지― 걸어 나와 말한다. 이곳에서는 금지되어 있소. 나는 되묻는다. 무엇이요? 그가 대답한다. 이곳으로의 접근이. 그리고 당신처럼 무언가를 먹는 일이. 그렇게 말하는 기사는 어쩐지 떨떠름한 것처럼 보인다. 나는 말을 잇는다. 하지만 난. 난 보기보다 어려요. 지금 이곳도. 난 길을 잃어 왔는걸요. 그리곤, 배가 고파져서 들고 있던 음식을 먹은 거고요. 기사가 말한다. 길을 안내해주겠소. 그렇게 날 내보내시려는 거군요. 그렇지 않소. 우리들에게 남은 당신들(기사)의 이미지는, 누군가를 지키기 위해 검을 들어 막는다는 것이었어요. 그리고 보통의 복장과는 비교가 안 되는 금속 갑옷을 입고 싸움터로 나간다는 것이었지요. 난 전쟁을 싫어하는 사람이었어요. 당신네들은 전쟁을 많이 했나요? “많이 했소.”라고 그가 답했다. 그렇다면 당신들을 조롱하거나 비꼬려는 의도는 없었지만, 이것 하나는 물어봐야겠네요. 무고한 사람들을 죽여봤나요? “그렇소.”라고 그가 답했다. 과거의 망령이 무고하다 어쨌다 판단까지 하는군요. 그렇게 판단하는 언어를 누가 당신에게 쥐여주었죠? “상급자가.”라고 그가 답했다. 당신은 내게 비난받기 위해 솔직한 모양이군요. 아니라면 솔직하기 위해 누군가로부터 비난을 받거나요. ―내가 이렇게 말하자 저기 있는 무덤 안쪽에서 한 기사의 너털웃음 소리가 들려왔다― 그래선 안 되었죠. 당신은 차라리 이렇게 대답했어야 해요. 그들은 무고하지 않았노라고요. 그러면 당신들은 무고한 일을 한 것이 되죠. 그것이 아닌가요? 그렇다면 죽어서까지 그렇게 용서받고 싶은 건가요? 그것이 내 질문에 ‘무고한 사람들을 죽였소’라고 답한 이유인가요? 난 전쟁으로 인해 한쪽 눈을 잃었어요. 지금 내 눈이 당신을 쳐다보고 있군요. 이해받고 싶은 게 아닌가요? 그렇다면 어째서 이곳까지 오는 길을 구부렸지요? “우리들은 안식을 원하오.”라고 그가 말했다. 그렇군요. 난 수다를 원해요. 난 전쟁을 싫어하는데, 전쟁을 좋아하는 다른 사람들이 전쟁을 일으켰어요. 이 말은 틀렸다고, 전쟁은 권력 가진 이들의 결정으로 인해 일어난 것이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그러나 난 그들의 말을 믿지 않아요. 왜냐하면 그들은 나에게서 내 감정인 증오를 앗아가 버리려고 하기 때문이죠. 항상 그들은 이렇게 말하곤 해요. 냉철하게 생각해보라고요. 하지만 난 한쪽 눈을 잃었는데요? 다시 한번 말씀해 보세요. 왜 무고한 이들을 죽였죠? 혹시 죽이기 전부터 미리 용서받고 싶었던 것 아닌가요? 그 사람은 죽은 후에 어떻게 되었죠? 주검이 되었겠죠. 지금 당신들이 누워 있는 것처럼요. 기사가 내 말을 끊고 이렇게 말했다. 당신은 살아 있는 사람이 맞습니까? “네.” 혹시 당신은 내가 죽인 사람이 아닙니까? “아니에요.” 그렇다면 어째서 죽은 우리와 대화하는 것이 가능합니까? 그것은 내가 오직. 당신들과 대화하려 여길 찾아왔기 때문이지요. 그 기사가 얼굴을 일그러뜨리고 울기 시작했다. “왜 울죠?” 한 번도 그런 사람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우리들과 대화하러 온 사람이. “그래서 고마운가요?” 그 기사는 말없이 자리에 누웠다. 그리고는 서서히 무덤 밑으로 내려갔다. 그리고는 또 다른 기사가 나와서 말했다. 나는 지금의 대화를 다 들었소. “그런가요?” 당신은 우리에게서 무엇이 궁금한 것이오? “궁금한 것은 없어요. 단지 그냥 얘기를 나누려고 찾아온 것뿐이에요.” 당신 뒤에는 대의가 있소? “아뇨, 그런 건 없어요. 당신들은 대신해서 화내주고 비난해주고 울어줄 이가 필요한 것 아닌가요?” “전체의 의견은 아니오.”라고 그가 말했다. “그렇다면 당신은 어느 쪽이지요? 그리고 아까 웃은 사람은 누구예요?” “상급자요.”라고 그가 말했다. 그가 마음에 드나요? “마음에 안 드오.”라고 그가 말하자 아까보다 더 여럿이 된 웃음소리들이 들려왔다. 당신은 어째서 여기엘 찾아온 것이오? “남이 누운 자리에서 샌드위치를 좀 먹어보려고요. 내 생각에 당신들은 잘못이 없거나 미미해요. 지금 내가 하는 말이 이해가 가시나요?” “더 들어보고 싶소.”라고 그가 말했다. “왜냐하면 내가 증오하는 터인 전쟁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당신네들의 세상에도 있었다면 그렇다는 거예요. 그리고 틀림없이 있었겠죠. 그런 사람들이. 있었나요?” “있었다오.”라고 그가 말했다. 우리들의 주인이 그랬소. 당신의 세상에서 그들은 어떤 사람들이오? “그 사람들도 나의 주인이지요. 내 증오의 주인.” 그 사람들은 무고하지 않소? “어째서 지금 당신이 하는 말은 ‘그래서 그들을 우리가 죽여도 되오?’라고 하는 것처럼 들리는 거지요?” 내가 그렇게 말하자 무덤 안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웃었다. 당신은 전쟁을 겪어보지 않은 사람이고, 전쟁에 대해 남들이 아는 정도만큼도 모르오. “내가 그런 말을 당신들 입으로부터 나오게 하기 위해 지금껏 수다를 떨고 있었던 거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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