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4월 19일 화요일

그 이상 같은 것

옥상에서 담배를 피운다. 여기 있으면 옆집 안테나에 앉은 새를 볼 수 있다. 이름은 모르겠다. 이름을 몰라서 새야, 라고 부르니 내 눈치를 본다. 자주 놀란다.
어제는 많은 비가 내렸다. 개방된 황동 파이프가 건물 아래로 물을 토하고 있다. 그때마다 이 일은 여름답다. 홀로 진행되고 있는 일이다. 조심히 다가가지 않으면 요란한 파이프가 빛나버리고 빛나는 파이프가 다해버린다.
나는 이만 실내로 들어선다. 새를 볼 수 없는 각도의 실내다. 무른 나뭇조각으로 만든 새 모형이 바닥에 놓여 있다. 습도 높은 이곳에서 약간은 축축해져 있고 그건 내 손바닥도 마찬가지. 이런 것들은 서로 껴안으려다 서먹해진다. 서먹한 것들은 수시로 서로의 손을 풀고. 그리고는 오래 멍한 새 모형이자 새를 찾지 않는 새 모형이다. 바깥에서 들리는 물소리. 어쩔 수 없이 쏟아지는 물소리가 있다.
물이 넘치면 실내는 침수되고 작은 것들은 다 떠내려간다. 사건에 대처할수록 소매가 젖겠지. 사라진 것을 보고서 사라진 것의 눈치를 본다. 이후로 조용해져 더할 나위 없을 때 여전히 남아 있는 새 모형은 이 집의 장식 그 이상이다.

헤매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