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에 왔다. 이 카페는 처음 오는 카페다. 사실 지나가면서 많이 봤는데 들어가고 싶은 생각은 안 들었다. 그런데 오늘 이상하게 여기를 한번 지나가보고 싶었고, 지나가다 괜찮으면 들르고 싶었고, 지나가다가 보니 괜찮은 것 같아서 들렀다. 오늘은 그냥 집에서 나가서 목적지로 가는 동안 아무렇게나 걸어보고 싶었는데, 아무 곳이라고 해봐야 사실 그렇게 아무 곳은 아니다. 이 주변은 이미 어느 정도 알기 때문이다. 자리를 바꿨다. 이 자리는 정말 맘에 든다. 내 마음에 드는 자리는 항상 한쪽이 벽이나 유리창이어야 하는 것 같다. 구석 같은 곳 말이다. 그리고 정면은 바깥을 볼 수 있는 쪽이면 좋다. 카운터와 등지거나 멀리 떨어진 곳이면 더욱 좋다. 왠지 고립된 느낌이 드는 곳이면 더더욱 좋다. 하지만 그런 자리라고 해도 실제로 앉아보면 계속 앉아 있고 싶은 마음이 들 수도 있고, 왠지 불편할 수도 있다. 그러니까 그 자리에 앉아 보기까지는 전혀 모르는 것이다. 이상하게 사람들과 시선이 교환되고 그래서 불편한 기분이 들 수도 있다. 지금까지 많은 카페에 앉아서 조용히 노트북이나 아이패드를 꺼내 글을 쓴 적이 많다. 하지만 어떤 곳에서는 그게 불편했던 적도 있다. 어느 카페에서는 책이 잘 읽어지고 어느 카페는 커피가 맛있다. 사실 커피 맛있는 곳은 많이 아는데, 그냥 편하게 앉아 있을 수 있는 카페는 최근에 간 적이 없는 것 같다. 집 주위에 그런 카페가 없기도 하고, 돈을 아끼기 위해 집에서 마신 적도 많다. 하지만 이제 다시 그런 카페를 좀 찾아볼 생각이다. 카페에서 중요한 것은 공간이다. 결국 커피를 마시러 가는 건 아닌 것 같다. 그냥 카페에 가는 그 행위 자체, 카페까지 걸어가고 혹은 자전거를 타고 가고, 그렇게 가는 길 자체가 이미 시작인 것 같다. 무엇의 시작? 그건 잘 모르겠다. 어떤 생각을 새롭게 할 수 있을지도 모르고, 어떤 일기를 쓸 수 있을지도 모르고, 카페에 그냥 앉아있다 보면 나도 모르게 무언가를 하게 되기 때문이다. 오늘도 카페에 가려고 나오면서 블루투스 키보드를 나도 모르게 챙겼다. 하지만 노트북이나 좀 크다고 생각되는 것은 챙기지 않았는데, 거창하게 무언가를 하러 가겠다는 마음보다는 그냥 한번 카페에 가고 싶고, 괜찮으면 거기 앉아서 홍차 같은 걸 한잔 마시고 싶고, 또 분위기가 괜찮다면 이렇게 일기를 쓰게 될 수도 있으니. 홍차에 설탕이라고 생각했지만 소금인 것 같은 흰 가루를 넣었다. 홍차가 짜다. 그래도 맛있다. 오늘은 올해 들어 가장 추운 날 중 하루인데, 올해 들어 가장 햇빛다운 햇빛이 있는 날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냥 걷고 싶었고 햇빛을 좀 쐬고 싶었지만 건물들에 가려져 거의 그림자만 지나서 왔다. 여기 있으니 편안하다. 아니다. 사실 불편하다. 하지만 이 불편함은 내가 좋아하는 불편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