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월 14일 일요일

괴담 같은 것

어두운 물이 흐르는 다리
한밤에 혼자 아니고
둘이 지날 때
이런 얘기 한다
몇 년 전 저기 늪지대에서
시체 하나 떠오른 적 있대
여기 사람들은 강가로 나올 때마다
아, 이 밑에서 살인난 적 있지,
떠올린대
동행은 두 손으로 주먹 말아
긴 망원경 만들고
낯선 동시에 무언가 있었을지도 모를
검은 물 한가운데를 바라본다
그 얘기, 나도 들은 적 있어
구급차도 왔었대
반쯤 상의가 벗겨져 있었대
들것으로 실려나간
물에 불은 여자의 시체
목격한 사람도 많대
조금씩 커지는 이야기는
우리가 걷기 좋은 핑계 같다
평소엔 쓸 수 없던
동행의 망원경을 빌려
정말?
정말이야?
길지 않은 다리를 다
건널 때까지만
서로 묻고 답하는 밤
너무 무서운 밤
그런데 동행이 자꾸 웃는다

헤매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