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일기를 매일 쓰고 있다
친구가 명상을 알려줘서 명상에 흥미가 생겼는데 명상을 하려고 하다 보니 명상과 일기 쓰기가 닿아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일기 쓰기는 명상만큼의 파급력이 있다 그 친구는 명상을 하면 달라질 거라고 말했고 명상이 주는 쾌락이 너무 커서 술도 끊었다고 했다 내게 일기가 주는 쾌락도 그와 맞먹는다는 생각이 든다 명상의 핵심은 <지금>에 집중하는 것이다 일기의 핵심 역시 마찬가지다 명상은 <지금>에 집중하되 생각이 아니라 감각에 집중하는 것이지만 <일기>는 생각에 집중하게 되는 것 같다 일기를 쓸 때는 내가 하는 생각들을 실시간으로 언어화시키려는 시도가 일어난다
나는 최근에 <말>을 좀 기피하게 되었고 왜냐면
말을 하고 있는 내가 너무 떳떳하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고
난 떳떳하지 못한 말을 할 바엔 그러니까 거짓말을 할 바엔 안 하는 게 훨씬 낫다고 생각했던 것인데
떳떳하지 못한 상태로 말을 좀 해야겠다는 생각을 다시 하고 있는 것도 같다 그러다 떳떳해지면 되지 않겠냐고
그리고 이 생각은 놀랍게도 내가 2년 전에 쓴 일기를 읽다가 하게 된 생각이다 그때 내가 나를 너무 잘 설득시켜놔서, 지금의 나 역시도 그때의 내게 설득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기를 쓸 때 가장 먼저 설득하게 되는 대상은 나 자신인 것 같다 나는 그게 때때로 합리화처럼 여겨지고 그래서 가끔은 모든 일기가 역겹다 그런데 그 설득이, 어떤 순간에는 굉장한 애정처럼 느껴지고 강한 힘처럼 여겨진다
결국 사랑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