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하힛! 히하힛!
오전부터 앞마당에서 기묘한 소리가 울린다. 나가보니 요정이 으스스한 춤을 추면서 창고로 들어오고 있다. 손에는 네모나고 판판한 뭔가를 들고 있는데... 판떼기? 과자곽? 온통 형광색으로 물들어 무슨 물건인지 제대로 분간이 되질 않는다.
뭐가 그렇게 신나세요? 그건 뭐예요? 요정은 춤을 멈추고 선다. 자신이 방금 무슨 소리를 들었는지 생각하려는 듯, 몸은 이곳에 있지만 말은 다른 차원에서 듣는 중인 듯, 미동 없이 서서 나를, 아니면 내 뒤편을 빤히 바라본다. 너 지금 도대체 무슨 소리지? 당연하지만 요정은 숨을 쉬지 않고 눈을 깜빡이지도 않는다. 저럴 때마다 정말 미칠 것 같다. 미칠 것 같기 때문에 요정의 눈길을 피해 그 손에 들린 것을 유심히 보니 책이다. 요정의 쓰리고 차가운 손아귀에 엉망으로 얼룩져 제목을 알아볼 수 없지만 하여튼 책이다.
요정은 속삭인다. ...니까.. 관업....랑... 뭐라고요? 너...랑은 상관없..으니까... 한숨이 절로 나온다. 요정은 하하힛 하힛 하는 소리를 내며 다시 춤을 춘다. 그러다 책을 획 공중으로 던지는데, 나는 머리를 가리고 얼른 도망쳐 들어간다. 책은 바닥을 향해 펼쳐져 있다. 춤을 멈추지 않는 요정의 발이 책을 마구 짓밟는다. 정수리에 얹은 손을 지그시 누르며 나는 지켜본다.